[사이버증권 시대] 증권사, 고객잡기 '온라인 大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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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일반투자자들을 잡기 위해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성패는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투자정보를 제공하면서 주식거래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PC(개인용 컴퓨터)를 통해 온라인으로 주식을 초단위로 거래하는 '사이버 증권투자시대'가 만개하면서 제기되고 있는 증권업계의 화두다.
'온라인 경쟁에서 밀리면 패배'라는 인식이 증권업계 전반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증권사간 투자자 확보 경쟁은 컴퓨터나 휴대폰을 활용한 홈트레이딩 시스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포스트(post) PC 시대'의 총아로 부각되고 있는 PDA(개인휴대단말기)를 이용한 주식거래시스템 개발로까지 번지고 있다.
투자자를 더 많이 끌어들이기 위한 이같은 경쟁은 증권업계의 판도변화까지 예고하고 있다.
특정 거래수단을 중심으로 '헤쳐 모이는' 전략적 제휴가 속속 이뤄지고 있는 것.
PDA를 통한 증권거래인 '모바일로'만 해도 SK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 6곳을 한데 묶는 촉매제가 됐다.
초기 투자비를 분담한다는 것이 단초가 되고 있지만 이를 계기로 앞으로 공동마케팅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이버 증권투자 시대'는 증권사들에 '변화 아니면 도태'라는 명운이 걸린 경쟁시대의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ARS에서 PDA까지 =현재 사이버 증권투자의 주력 수단은 ARS(자동응답전화)와 HTS(홈 트레이딩 시스템)다.
특히 HTS 프로그램을 이용해 리얼타임으로 주식을 매매하는 사이버 거래는 여러 측면에서 오프라인 거래보다 유리하다.
증권사 IT 전문가들은 "HTS가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온라인상으로 투자정보가 제공됨으로서 일반투자자들도 기관이나 '큰손'과 엇비슷한 속도로 투자정보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또 증권사 객장에 나가지 않고 컴퓨터로 주문을 내는 만큼 주가변화에 대응하는 속도도 빨라졌다는 지적이다.
하루동안 주식을 사고파는 소위 '데이 트레이딩'은 사이버 투자시대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유선망을 이용한 HTS는 어쩔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인터넷 전용망이 됐건, 전화망이 됐건 정보가 넘나들수 있는 망이 없으면 HTS는 불가능하다.
물론 휴대폰을 통한 무선 거래도 가능하다.
그러나 휴대폰으로는 컴퓨터 만큼 많은 양의 정보를 받기가 쉽지 않다.
PDA가 나온 것은 바로 이같은 점이 배경이 됐다.
무선을 이용하면서도 방대한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거래수단에 대한 욕구가 PDA를 태동시킨 것이다.
빨라야 살아 남는다 =리얼타임의 '사이버 증권투자 시대'를 맞은 증권사들의 생존전략은 한가지로 압축된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빨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이버 시대가 증권산업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 왔는지는 온라인 주식거래 비중의 변천추이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1999년만 해도 온라인 거래비중은 30%대를 넘나드는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55.9%로 늘어나더니 지난 9월엔 69.3%까지 치솟았다.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하이닉스반도체를 중심으로 거래소시장의 사이버 거래가 급증한데 따른 것이다.
코스닥시장만 놓고 보면 지난달 전체 거래의 무려 80%가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증권사들의 사이버 거래비중도 높아지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5대 증권사들이 서로 교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99년의 온라인 비중 1위는 삼성증권(48.5%)이었다.
지난 9월 현재로는 대신증권이 83.4%로 가장 높다.
'사이보스'라는 강력한 홈 트레이딩 시스템이 1등공신이다.
대신증권측은 "전산시설을 미리 확충해 온라인 접속이 원활했다"며 "데이 트레이더는 물론 일반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돌면서 사용자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사이버 거래는 증권사 위상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기반이 강한 증권사일수록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증권업협회 리서치팀 관계자는 "주식매매의 70% 가량이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있어 HTS 등 사이버 거래수단이 불편한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주식거래중개)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증권투자의 키워드는 리얼타임"이라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거래, 다양한 고급정보, 저렴한 이용요금 등으로 차별화되는 거래수단을 개발하느냐가 생존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기호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