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회사가 외환위기 이후 부실채권을 정리한 방식은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진다. 부실채권을 기반으로 자산담보부증권(ABS) 등을 발행해 처리하는 방법과 외국계 투자회사들에 입찰 등을 통해 직접 매각하는 방법이다. 이중 직접 매각 방식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직접 매각 방식을 통해 외국계 투자회사나 이들이 설립한 자산관리회사(AMC)로 넘어간 국내 금융기관의 채권은 적어도 채권 장부가액 기준으로 2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장 '큰손'인 자산관리공사의 경우 지난 5월말까지 8조6천억원어치를 골드만삭스 론스타 모건스탠리 도이체방크 서버러스 GE캐피털 등에 매각한 상태다. 예금보험공사도 1조원 가량을 해외 투자자들에게 팔았다고 밝혔다. 은행권도 부실채권 정리에 박차를 가해 왔다. 은행권은 외환위기 직후엔 자산관리공사에 팔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외국계 투자회사들에 직접 매각하고 있다. 조흥은행은 리먼 브러더스 등에 현재까지 2조4천억원어치를 직접 매각했다. 이 밖에 △한빛은행 6천1백억원 △하나은행 4천8백억원 △서울은행 4천6백억원△외환은행 4천5백억원 △한미은행 3천4백억원 등을 팔았다. 보험권에서는 서울보증보험이 최근 1조원어치의 부실채권을 매각하기도 했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대체로 장부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부실채권을 매각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부실채권은 법정관리 화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상태에 있는 기업들에 대한 채권이라 할인해 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자산관리공사가 판 8조6천억원의 채권은 3조3천억원에 외국계 투자회사들에 매각됐다. 장부가의 약 38% 수준인 셈이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