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영 현장에서는 미래에 대한 불안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기업의 투자의지가 생길 리 만무하다. 그래서 현실은 더 어렵게,미래는 더 어둡게 보인다. 더욱 큰 문제는 이를 타개할 비전이나 전략을 제시할 이론적 지표와 가치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일본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경영학 100년의 사상'(미야타 야하치로 지음,김영철 옮김,일빛,2만3천원)을 저술했다고 한다. 경영학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원전 30권을 선정하고,이를 저자 나름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방법으로 경영학 1백년의 역사를 조감한 것이다. 이 책은 생산혁신,조직론,행동과학,경영전략,기업이념으로 나누어 원전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생산혁신 방법론을 제시한 테일러와 헨리 포드에서부터 기업혁신론의 슘페터까지 30권의 경영학 고전을 다이제스트 형식으로 소개했다는 점에서는 경영에 대한 레퍼런스북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저자의 문제의식에 힘입어 지금 시대를 통찰하는 나침반이 될 수도 있다. 저자는 특히 경영이론의 '사적(史的) S커브'라는 이론틀을 가지고 기업 경영 1백년의 역사적 흐름을 정리하고 있다. '사적 S커브'란 기업이 과정의 효율성이라는 내부적 요인에서 사회적 자원배분이라는 효과성으로 관심을 돌린 후 점차 문화와 이념의 정립을 통해 세계화에 대응해 간다는 이론이다. 그동안 우리의 경영 환경에는 진정한 경쟁이 배제돼 있었다. 수출주도형 성장정책은 외부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내수의 독점적 구조를 키웠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상태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경영자에게도 노동자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경쟁 상황에서 지속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룰과 유연한 노동시장구조가 전제되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을 어렵게 하는 근저에는 이런 기업경영의 이념적 편차가 놓여 있다. 생각해보면 수많은 경영 기법이 소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업 경영의 이념적 지평과 사상에 대한 논의나 연구는 부족했다. 이 책을 접하고 새삼스럽게 놀라웠던 것은 20세기 경영이론의 선구자들이 지닌 사상적 통찰력이었다. '진정한 기업에게 도박이란 있을 수 없다. 참된 기업은 스스로 고객을 창조한다''산업은 돈이 아니다. 산업은 이념과 노동,그리고 경영으로 성립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배당이 아닌 실용성과 품질,편리한 구입이다. 이러한 것은 결코 돈을 원천으로 하지 않고 오히려 돈의 원천이 된다'(헨리 포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경영 환경에 대한 정책당국의 대응미숙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촉발했고 이는 기업과 금융권의 투자를 얼어붙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모럴 헤저드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 이 모든 악순환의 상징처럼 등장하고 있는 무슨무슨 게이트까지 겹쳐진 어지러운 상황을 돌이켜보면서,20세기 초 포드의 이러한 예리한 통찰력을 접하게 된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보람은 충분한 것 같다. 양승경 한국능률협회 매니지먼트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