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운드 출범' 공식 선언] 新경제전쟁 美.EU.中 '3각'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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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극(一極)체제에서 유럽과 중국의 가세에 의한 '3극 체제'로의 질서 재편. 난산 끝에 뉴라운드를 출범시킨 제4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의 결산표다.
내년 1월 완전한 통화통합을 통해 강력한 단일경제권으로의 새 출발을 앞둔 유럽연합(EU)은 이번 카타르 회의에서 환경과 농업 등 주요 이슈를 주도적으로 장악, 국제 통상무대에서 강력하고도 새로운 면모를 과시하는데 성공했다.
중국은 WTO 가입을 통해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의 맹주로서 입지를 다지게 됐다는 평가다.
인도를 비롯한 개도국 진영도 이번 카타르 각료회의를 통해 보다 확실한 위상을 확보했다.
환경 문제를 놓고 선진국들과 끝까지 맞서 싸웠고 주요 수출품목인 섬유류의 쿼터 증대 등 일정한 '전과(戰果)'도 챙겼다.
한국은 지난 94년 끝난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때는 개도국 진영의 선두에 서서 협상을 이끌었으나 이번에는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불안한 줄타기를 해야 했다.
◇ 무한경쟁 체제 돌입 =지각 변동이 불가피하다.
전세계가 단일한 세계 무역규범의 틀 안으로 들어간다.
자의적인 무역규제 적용 여지가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장이 거의 전면 개방된다는 위험이 동시에 존재한다.
농업 서비스 반덤핑 등 일부 분야에 한정됐던 무역 규범이 투자 경쟁정책 환경 노동 등으로 전면 확대된 것이다.
각국의 산업 구조조정도 가속화된다.
국제경쟁력이 없는 산업은 도태되고 비교 우위에 있는 산업은 급부상하는 등 전세계 산업구조도 개편될 것이 확실하다.
◇ 세계 경제에 활력 기대 =각국이 극심한 침체에 빠진 세계 경제를 되살리는데 초국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은 최대 수확이다.
미·아프가니스탄 전쟁 지역에 인접한 카타르에서 성공적인 합의를 이끌어낸 점도 평가 항목이다.
미국이 나름대로 양보안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뉴라운드 출범으로 세계 교역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미시간대학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뉴라운드 협상에 따라 상품과 서비스 분야의 무역 장벽이 33% 낮아질 경우 전세계적으로 매년 6천억달러, 한국은 1백40억달러의 추가적인 경제성장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 중국의 부상 =중국이 마침내 제도권으로 진입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양대 축을 형성해온 무역 구도가 무너지고 미국 EU 중국 등 3대 축으로 재편된다.
주도권 경쟁이 심화되고 미국과 EU가 종전처럼 세계 무역을 좌지우지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나 산업구조가 상반된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 심화될 것은 불문가지다.
특히 아직 완전한 시장경제 체제가 아닌 탓에 당초 약속한 개방 및 이행 일정을 지키지 않거나 WTO 협정을 위반하는 등 버티기로 나오면 새로운 무역 분규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중국으로서도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안았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도박'이라는 말로 WTO 가입을 설명했다.
WTO는 조정력 상실과 기능 약화로 위상이 추락하고 유명무실해질 수도 있다.
동아시아 무역의 중심축이 공식적으로 중국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됐다.
일본은 무역규모는 크지만 미국과 EU에 비해 영향력은 현저히 떨어졌었다.
반면 중국은 거대한 시장규모와 급격한 성장세를 앞세워 아시아 무역의 맹주로 부상을 시도할 수 있다.
아시아 개도국들은 반사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라는 공룡을 앞세워 세계 무역협상에서 상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 개도국 목소리 커졌다 =개도국의 목소리가 한결 높아졌다.
인도는 특히 개도국 클럽인 77그룹을 이끌며 회의를 주도해 갔다.
결국 섬유쿼터 감축 등 양보를 얻어냈다.
시애틀의 길거리 목소리가 이번에는 회의장으로 완전히 들어왔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도하(카타르)=정한영 특파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