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3시30분.인천공항이 갑자기 들썩였다. 아시아나항공편으로 베이징에서 날아온 중국인 1백50명이 입국장을 나선 것.9일에도 비슷한 시간대에 똑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총 1백90명의 중국인이 몰려왔다. 보통의 중국인 단체여행객과는 달라 보였다. 거의 모두가 "치우미"(球迷)를 자청하는 혈기방장한 젊은이들이었던 것.치우미는 중국의 열성축구팬을 일컫는 말로,이처럼 많은 치우미의 단체입국은 처음 있는 일.이들은 10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개장기념으로 열린 한국.크로아티아전을 관람하며 축구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불태웠다. 치우미들이 몰려온다. 2002한.일월드컵에 중국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중국 축구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에 진출하면서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한국관광공사,여행사 등을 중심으로 중국특수를 붙잡기 위한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특수는 곧 경제월드컵과 통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중국특수를 누릴수 있을지는 12월1일 부산에서 열리는 본선 조추첨식에서 판가름난다. 중국의 예선전 3경기가 한국에서 열려야 하는데,지금으로서는 확률 50%. 한국관광공사는 중국팀이 한국에서 경기를 치를 때 3경기의 중국인 입장객이 최소 3만명에서 최대 6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인당 평균 미화 1천5백달러를 쓴다고 가정하면 입장권수입을 포함,5천만~1억달러의 외화수입을 올릴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여행업계에서는 이보다 많은 10만여명의 중국인이 경기장을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보다 20% 늘려잡은 60만명의 중국인관광객 유치목표 달성여부는 "중국팀의 한국경기"에 달려있다는 계산.중국팀의 경기가 일본에서 열릴 경우에도 중국인 방한관광 추가상승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행비용과 물가가 비싸고 입장권도 거의 매진된 일본 보다는 한국에서 치러지는 다른 나라 경기를 관람하며 아쉬움을 달래는 치우미들이 적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같은 전망은 중국인들의 축구열기를 근거로 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중국동남아팀의 유진호 대리에 따르면 중국에는 8천만명의 치우미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월드컵경기를 보기 위해서라면 빚을 내는 것도 불사할 정도라는 것.1인당 70~80만원을 들여가며 지난 10일의 한.크로아티아전을 보러 방한한 치우미들이 그같은 축구열풍을 대변하고 있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관광객은 그렇지 않아도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올들어 9월말 현재 전년동기대비 6.5% 늘어난 35만8천여명의 중국인이 한국을 다녀갔다. 관광객수로는 일본에 이어 2위,증가세로만 보면 아시아지역에서 몽골 다음이다. 이들의 발길을 더욱 많이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8.9일 치우미 유치와 함께 40여명의 중국 축구팬클럽회장단과 언론사 관계자들을 초청.안내하는 등 중국인의 방한붐 조성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베이징,상하이,중칭 등 중국 각지에서 활약중인 축구팬클럽회장단은 월드컵관계기관은 물론 국내 축구팬클럽인 붉은악마 회장단과의 교류기회도 가질 예정이어서 앞으로 한중 축구계의 민간교류증진에도 한몫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관광공사는 특히 여행사들의 월드컵을 활용한 중국인 방한관광상품 개발 및 판촉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베이징지사에서는 축구공을 기념품으로 만들어 배포하는 등의 이벤트도 벌이고 있다. 월드컵경기가 치러지는 지방자치단체와 연합,중국거점도시에서의 판촉활동에도 힘을 아끼지 않고 있다. 공사는 8~11일 중국 쿤밍에서 열린 2001 중국국제관광박람회(CITM)에 서울 인천 경기 강원 충북 등 5개 지자체와 20여개의 여행업체로 구성된 대규모 판촉단을 파견했다. 공사는 11개의 부스로 이뤄진 한국홍보관을 설치,월드컵을 주제로 한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펼쳤다. 중국에도 알려진 축구신동 김천둥군을 무대에 세우기도 했다. 현재 화중지역 최대시장인 항조우와 상하이에서 현지여행사를 대상으로 한 판촉.홍보활동을 벌이며 중국인의 축구열기를 방한관광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