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장에서 자만심과 우월감은 금물이다.자칫하다간 큰 코 다친다" "잘 팔리는 상품과 주력상품을 구분해서 접근하라" 중국방문을 마치고 8일 귀국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삼성전자 현지공장 관계자들에게 한 얘기다. 중국이 워낙 빠르게 성장하고 그에 따라 소비자들의 눈이 크게 높아진 만큼 상품 하나하나에 바짝 신경쓰라는 주문이다. 8일 삼성 중국본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삼성전자 중국 쑤저우(蘇州)공장에서 냉장고 문을 직접 열어본 뒤 "문을 닫을 때 어느 정도 가까워지면 저절로 닫혀야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기술적 보완을 지시하는 세심한 일면을 보였다. 이 회장은 이어 "91년부터 (디자인을 개선하라고) 말했는데 아직까지도 수준이 떨어진다"며 담당자를 질책한 뒤 지금도 중국에 대한 자만심과 우월감에 빠져있는 것 같은데 소비자들한테 큰 코 다친다고 주의를 촉구,담당자들이 진땀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97년 TV와 VTR의 품질과 애프터서비스가 엉망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3년 동안 중국시장에서 고전한 경험이 있다. 이 회장은 또 "중국에서 용량 5㎏짜리 세탁기가 잘 팔리는 걸로 미루어볼 때 냉장고는 2백50ℓ 이상이 잘 팔려야 정상인데 1백90ℓ 제품이 더 잘 나간다는 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잘 팔리는 제품과 주력제품을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전자 사장단 전략회의에서도 "중국은 세계적인 기업이 모두 진출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완전 자유시장이므로 단순 생산기지 차원에서 추진해온 대중국 사업전략을 수정,고급화 전략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