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갑영 < 연세대 교수 >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더불어 우리 경제의 어려움도 당분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낙관적으로 봐도 내년 1.4분기까지는 경기가 침체되거나 2% 내외의 낮은 성장률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내년 하반기부터는 미국 경제의 회복과 더불어 점차 성장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수출부진과 일부 기업부문의 구조조정 부진, 투자부진 등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기업규제를 완화하거나 투자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경기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체계적인 정책조율 등은 미흡한 것 같다. 우리 경제가 침체국면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들이 흑자를 낼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기업의 수익성 개선이 이루어져야만 고용이 확대되고 공적자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을 뿐더러 자본시장이 활성화되는 등 경제의 기초여건을 개선시킬 수 있다. 당분간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도 바로 이 부문에 두어야 할 것이다. 정부로서는 기업규제를 완화하고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의 흑자재정 기조를 최소한 균형재정이 될 수 있는 수준으로 정부의 예산지출을 늘려야 한다. 기본적인 사업환경을 개선하는 일도 절실히 필요하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시장논리에 입각한 기업정책을 펼쳐야 하며 기업가의 투자마인드를 고양시켜야 한다. 더구나 내년에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대통령선거가 예정돼 있다. 이들 선거로 인해 경제회복이 늦춰지는 일이 있어선 안되며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경제가 정치에 오염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정책기조가 유지되어야 한다. 기업규제도 완화돼야 한다. 정부규제가 적은 경제일수록 정치의 영향을 덜 받아 경제의 독립성도 강하다. 정치 여건에 관계없이 경제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뿐만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에 밀려 경제논리에 반하는 정책이 추진되어서도 안 된다. 또한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제에서 '작은 개방경제'가 살아남을 수 있는 필요조건은 투자와 사업환경이 경쟁국보다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는 사실을 망각해선 안 된다. 과연 우리 경제는 어디에 있는가를 신중하게 되새겨 보아야 할 시점이다. 정부나 노동계 국민정서 정치권 등 경제에 영향을 주는 모든 여건이 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