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이 부도를 낸지 꼭 1년이 지났다. 그 1년은 말 많고 탈 많았던 동아건설과의 결별 과정이자 재기를 향한 몸부림으로 얼룩진 시간이었다. 형제 회사였던 동아건설은 파산으로 치달았지만 대한통운은 법원에 의해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짐으로써 회생의 길을 걷고 있다. 감자(자본금 감소)와 채권단 출자전환 등 숱한 우여곡절을 거치며 이제 M&A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결국 대한통운의 정상화는 M&A를 통해 완성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경기상황 등 대내외적인 경제 여건의 어려움으로 인수여력을 가진 새 주인이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힘겨운 과거와의 결별=최원석 전 회장이 이끌던 동아건설에 대해 채권단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단을 결정하자 대한통운은 작년 11월1일 부도를 내고 자진해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당시 동아건설에 대해 7천7백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보증채무를 지고 있던 대한통운에 대해 채권자들의 채권회수가 쇄도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앉아서 회사를 날릴 수 없다는 절박한 판단에서였다. 동아건설 또한 같은 날 부도처리되고 법정관리를 신청한 터였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은 엇갈렸다. 올 3월10일 법원은 동아건설의 법정관리를 거부했다. 수차례 관계인 집회가 무산된 끝에 대한통운의 법정관리는 지난 6월 인가됐다. 법정관리 승인과 함께 대한통운이 자사주로 가지고 있던 1백25만주는 소각되고 6 대 1 주식병합에 의한 감자가 실시됐다. 이미 최원석 전 회장이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한 대한통운 지분은 모두 처분돼 주인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1천7백20억원이던 자본금은 2백76억원으로 줄었다. 이후 지난 10월 채권단 출자전환에 의해 자본금은 3백82억원으로 늘었다. ◇관리종목답지 않은 수익성 호조=올 들어 3·4분기까지의 대한통운 매출액은 7천1백40억원,순이익은 6백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줄었지만 순이익은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회사정리계획안과 비교해도 매출과 순이익을 각각 1백%와 4백% 이상 초과 달성했다. 회사 관계자는 "채무 탕감에 따른 비용 감소도 수익성 개선의 큰 요인이지만 항만하역 육운 등 1위 운송업체로 주요 거래처의 변화가 없어 법정관리 이후에도 안정적인 영업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송재학 연구위원은 "3·4분기까지 EPS는 3천2백원,PER는 4배 정도"라며 "4·4분기에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전환사채 전환 가능성 등으로 EPS가 희석되더라도 현 주가는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장근호 과장은 "주당 2만5천원으로 출자전환된 채권단 보유물량은 상당기간 매물화되지 않을 것"이라며 "주가가 7천원대에서 비교적 강한 하방경직성을 가지고 있고 M&A에 대한 기대감 등을 감안하면 현 주가 수준은 6개월 정도의 장기투자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없다"고 분석했다. ◇관건은 M&A 성사 여부=향후 확정될 보증채무(2천1백여억원)도 출자전환할 계획이어서 현재 3백82억원인 자본금은 늘어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는 장기간(최장 5년)이 소요될 전망이어서 당장의 수급압박 요인은 아니다. 관건은 역시 M&A 성사 여부에 있다. 대한통운 M&A담당 이재숙 부장은 "줄리어스캐피털과는 11월 초 최종 주간사 계약을 맺을 것"이라며 "줄리어스캐피털은 6개월 이내에 인수협상 대상자 선정을 자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숙 부장은 "기존 부채 약 3천여억원을 포함해 6천억∼7천억원이 총인수가격으로 결정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