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광고회사들이 빠르게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세계 선두를 다투는 다국적 커뮤니케이션 그룹 WPP는 1일 한국내 계열광고회사를 WPP MC라는 이름의 통합법인으로 전격 출범시킨다. WPP는 지난 3월 한국 지사 JWT(2000년 전체 20위)를 내세워 토종업체인 애드벤처 월드와이드(2000년 11위)를 인수했었다. 올들어 9월까지 방송취급액을 기준으로 새 회사는 랭킹 6위로 부상하게 된다. WPP MC의 김동욱 대표이사는 "통합회사가 올해 업계 5∼7위를 기록할 것으로 본다"며 "내년에는 15%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 광고회사들의 직·간접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최근엔 시장점유율도 급속도로 높아지는 추세다. 현재 상위 20개 광고회사중 12개가 외국 국적이다. 10위권 안에만도 금강기획,TBWA코리아,코래드,휘닉스컴,맥켄에릭슨 등 5개나 끼어있다. 세계 3위인 옴니콤 그룹은 한국내에 TBWA코리아,BBDO동방,리앤DDB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이중 TBWA는 지난 3·4분기 방송광고액을 기준으로 대홍기획을 제치고 4위로 뛰어올라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대형 광고주인 SK텔레콤이 공격적인 광고를 펼친데 힘입었지만 매년 50%에 가까운 성장세는 광고계의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리앤DDB도 지난해 15위에서 올해 10위권을 넘보고 있다. 지난해 외국계 광고대행사들의 광고취급액은 전년보다 40.9% 증가한 8천5백7억8천1백만원에 달했다. 98년 7.6%에 불과했던 시장점유율은 99년 27.3%(금강기획,코래드 포함)로 뛴데 이어 지난해에는 32.5%까지 치솟았다. 방송광고시장만 놓고 보면 올해 외국계 점유율이 절반을 넘어서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제일,LG애드,금강,대홍,오리콤 등 빅5를 중심으로 짜여진 광고시장 판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외국 광고그룹은 세계 광고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중국 한국 일본등 아시아·태평양시장은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한국을 중국등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거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 깔려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자본 진출을 계기로 국내 업계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자극제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어차피 세계적으로 '국경없는 커뮤니케이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이들과 세계 무대에서 어깨를 겨룰 수 있는 내실을 쌓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코래드의 박종선 국장은 "외국자본의 투자나 광고시장 진출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라면서 "선진 시스템과 앞선 광고기법,브랜드 마케팅 등을 적극 흡수하되 토착 정서를 잘 파악하고 있는 우위를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WPP MC의 김 대표도 "외국그룹들이 한국을 아시아시장 진출의 거점으로 삼듯이 국내 회사들은 선진 광고회사들의 앞선 노하우를 받아들이는 한편 향후 해외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일기획 영업기획팀의 정건수 국장도 "외국 광고사들과의 경쟁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접할 좋은 기회가 된다"면서 "국내 회사들이 인력과 정서상 우위를 갖추고 있는 만큼 외국광고주를 잡거나 거꾸로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