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어떻게 하면 평생 골프만 하며 살 수 있을까?'를 연구해보곤 한다. 이건 라운드가 끝나갈 무렵인 16,17번홀에서 시작하여,회사로 다시 일하러 가야 하는 차 안에서,혹은 회사일 때문에,그린피 부담 때문에 골프를 맘껏 할 수 없을 때 해보는 핑크빛 연구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 부담없이 평생 골프만 하며' 살기는 힘들 듯한데,얼마전 내 주위에 그런 분이 생겼다. 네팔로 이민을 간 분이다. 그 곳에서 골프장 회원권을 샀는데 평생 회원권 가격이 7백만원이라고 한다. 그 나라는 골프하는 사람도 드물기 때문에 아예 '부킹'이라는 단어조차 필요없으며 그냥 골프채 들고 가서 "나,치러 왔소"하고 치면 된다고 한다. 게다가 회원은 평생 그린피 무료이고,간혹 캐디의 도움을 받을 경우 캐디피로 1달러만 내면 된다고 한다. 세상에 그런 낙원이 없는 듯하고 그 분이 한없이 부러웠다. 하지만 그 부러움은 곧 반전됐다. 바로 어제 라운드에서 말이다. 열 여덟개의 곶감을 빼먹듯,18홀이 한 홀,한 홀 지나가는 게 어찌나 아쉽던지…. 10번홀을 지나면서부터는 '몇 홀밖에 안남았겠구나'하며 거꾸로 셈을 할 지경이었다. 그때 문득 그 히말라야 골프장이 떠올랐다. '그곳 골퍼들은 이런 기분 모를거야.한 홀,한 홀이 이렇게 귀한지도 모를 것이고,짜릿한 샷의 기억을 일주일 동안 품고 사는 주말골퍼의 마음도 모를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골프가 너무 흔하니 별로 재미도 없을 것이고,되살려 떠올릴 일도 없지 않겠는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우리나라 골퍼들이 왜 그리 골프를 잘 하는지 말이다. 미국 골퍼의 평균 핸디캡과 비교해 봤을 때 우리나라 아마추어 골퍼들이 훨씬 고수가 많다고 하던데…. 그건 골프가 너무 귀하기 때문이다. 너무 비싸고,문턱도 너무 높으니 샷마다 정성을 들이게 되고,라운드마다 매혹되는 것이다. 평생 골프만 하고 사는 사람들이 모를 짜릿함을,우리나라에서 어렵게 어렵게 골프하는 나는 알고 있다. 그것도 행복이다. 고영분 골프스카이닷컴 편집장 moon@golfsk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