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로는 처음으로 뉴욕 현대 미술관에 전시된 차가 있다. "스스로 움직이는 조각품"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어 "자동차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하는 감탄과 경이를 몰고 온 차. 자동차의 속도와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던 외로운 레이싱 매니아의 혼이 담겨 있는 차,바로 치시탈리아(Cisitalia)이다. 치시탈리아는 1945년 스포츠 레이싱 매니아였던 피에로 듀시오(Piero Dusio)가 만들었다. 그는 이탈리아의 프로축구 선수였다. 선수생활을 그만둔 뒤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Compagnia Industriale Sportiva Italia"라는 자동차 수리장비 생산업체를 경영해 큰 돈을 모았다. 원래 뛰어난 운동선수이자 스피드광이었던 듀시오는 이 돈으로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 줄 스포츠카를 만들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 동안 운영하던 회사 이름의 앞글자를 따 "치시탈리아"라는 자동차 제작회사를 설립했다. 자신의 목표를 실현시켜 줄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파이트의 1100(Fiat 1100)을 점찍고 있던 듀시오는 피아트의 엔진과 부품을 들여와 자신의 자동차에 맞게 재설계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차가 "치시탈리아 202-1100 쿠페"로 나중에 "치시탈리아 202"모델로 발전했다. 1천89cc 4실린더의 작은 엔진에 파워를 증강시켜 55마력의 힘을 낼 수 있게 한 치시탈리아 202모델은 4단 수동기어를 사용했다. 프리-셀렉터라는 독특한 기어변속장치를 채택,운전자가 급하게 코너를 돌 때에는 발로 기어를 변속할 수 있게 했다. 때문에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떼지 않아도 됐다. 보디는 피아트의 우주항공공학자인 지오바니라는 엔지니어가 담당하였다. 디자인은 현대자동차의 라비타를 설계해 우리에게도 친숙한 피닌파리나가 맡았다. 에어로다이나믹을 총동원한 알루미늄 바디로 만들었으며,차체 중량은 7백70kg의 초경량이었다. 그래서 1천1백cc 안팎의 작은 엔진에도 불구,시속 1백60km를 내는 고성능 스포츠카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빠른 레이싱카를 만들겠다는 듀시오의 야망은 당시 전범으로 수감되어 있던 포르쉐박사를 보석금 1백만 프랑을 지불하고 초빙하기도 하는 등 무리를 거듭해 치시탈리아사는 파산하고 말았다. 듀시오의 집념은 일장춘몽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1952년까지 1백70여대만 생산된 치시탈리아는 스스로 움직이는 조각품이라는 찬사에 걸맞게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속에 추억으로 남아 있다. 김채원 < 현대.기아자동차 연구개발본부 부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