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대체로 강보합권에서 눈치보기 장세를 펼쳤다. 장중 역외세력의 동향이 정체되자 환율 진폭도 불과 1.90원에 그쳤다. 밤새 달러/엔 환율의 급등과 역외선물환(NDF)시장에서의 오름세를 반영, 1,305원 위에서 상승출발한 환율은 조금씩 흘러나오는 물량에 밀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열닷새째 지속되고 있는 외국인 주식순매수, 국내 증시 강세 등도 환율 상승을 억제했다. 시장에 뚜렷한 이슈가 부각되지 않는 한 오후에도 추가 물량의 공급이 예상되고 있어 상승은 어려운 반면, 1,302원까지 하락은 가능해 보인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0.30원 오른 1,303.90원에 오전 거래를 마감했다. 개장가가 1,305.50원을 기록함으로써 지난 17일 기록한 전 고점인 1,304.70원을 경신한 환율은 1,305원선에서는 매도세가, 1,303원선에서는 매수세가 팽팽히 맞섰다. 전날보다 1.90원 오른 1,305.50원에 출발한 환율은 이를 고점으로 조금씩 레벨을 낮췄으며 몇 차례 1,305원대 등정을 위한 시도를 잇기도 했으나 추격 매수 부재와 물량 공급을 배경으로 10시 22분경 1,303.90원까지 되밀렸다. 그러나 이후 달러/엔의 반등에 기대 1,304원선 중반까지 올라섰던 환율은 추가 상승이 막힌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11시 53분경 전날 마감가인 1,303.60원까지 저점을 내렸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1,305원이 고점이란 인식이 강해졌으며 시간이 갈수록 네고물량 공급과 달러매수초과(롱)상태를 털어내는 강도가 강해지고 있다"며 "환율 오름세를 지탱시켰던 달러/엔도 123엔대로 가지 않는 이상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추가로 물량 공급이 이뤄진다면 오름세도 지키지 못하고 오후에는 1,302원까지 내려설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막판 조금 흘러내렸을 뿐 장중 움직임은 거의 0.50원 범위에 철저히 갇혔다"며 "달러/엔 급등으로 시장 감성은 강보합을 유지했으나 신선하게 와닿는 재료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1,305원 이상에서는 대기매물이 많으며 실수 위주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오후에는 아래쪽으로 흘러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최근 환율 움직임을 좌우하는 역외세력은 뒤로 묻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밤새 NDF시장에서의 매수세가 환율 오름세를 자극했을 뿐 장중 관망세로 일관했다. 업체는 1,305원 위에서는 대기매물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이었으며 결제수요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달러/엔 환율은 개장초 내림세를 딛고 소폭 반등하며 낮 12시 현재 122.45엔을 가리키고 있다. 밤새 뉴욕에서 증시 강세를 안고 한때 122.58엔까지 오르는 등 10주중 최고치인 122.44엔을 기록한 달러/엔은 도쿄장에서 진폭이 크지 않다. 달러/엔의 상승세는 미국 컨퍼런스보드의 9월 경기선행지수가 5년중 가장 큰 0.5%의 낙폭을 기록했음에도 불구, 최근 뉴욕 증시의 상승세가 지속된 영향이다. 이와 함께 다케나카 헤이조 일본 경제재정상은 엔화의 호칭단위와 관련, "변경하는 문제를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경기자극책의 하나로 엔화 단위를 바꾸는 '디노미네이션(denomination)'을 검토하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경기자극 효과와 사회적으로 심기일전의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음을 기대하고 있다. 통화호칭 단위 변경은 한 예로 현행 '100엔'을 '1엔'으로 바꿔 부르는 것이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같은 시각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501억원, 2억원의 주식순매수를 보이고 있다. 전날에 비해 매수 강도가 강해졌으며 주식자금의 매물화에 대한 기대가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증시의 급등도 환율 상승을 막는데 일조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