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에 부는 사극, 시대극 열풍 속에서 꾸준히 30% 이상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현대극의 자존심을 지켜낸 MBC주말연속극「그 여자네집」(극본 김정수. 연출 박종)이 오는 21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시청률 조사 전문기관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4월 28일 첫방송에서 23.1%의 시청률로 출발한 이 드라마는 6월들어 30%벽을 넘어서더니, 지난 14일에는 40%를 상회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 여자네 집」의 이같은 인기는 현실에서 느끼는 보통사람들의 감정을 세밀하게 포착해내는, 오랜만에 등장한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드라마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커리어우먼' 영욱(김남주 분)이 직장인과 주부, 1인 2역을 해나가면서 시어머니 및 남편과 빚어지는 갖가지 불화를 가감없이 그려내 비슷한 경험을 지닌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방송이 나갈 때마다 수백건씩 올라오는 인터넷 시청자게시판의 의견들을 보면 이 드라마가 어려운 처지에서 살아가는 우리나라 맞벌이 여성들의 현실을 제대로 묘사해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때 '가족의 실종'이라고 불릴 정도로 가족들 사이의 인간관계가 전혀 묘사되지 않았던 기존의 트렌디드라마들과는 달리 3대가 같이 사는 두 집안을 극의 중심에위치시킴으로써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기게 했다는 점도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치매를 앓고있는 할머니를 극진히 모시면서 살고있는 태주(차인표 분) 가족의 모습은 종종 시청자의 눈시울을 적시며 감동을 안겨주는 요소로 작용했다.


한편, 고아 준희(이서진 분)와 부잣집 딸 영채(김현주 분)의 사랑은 전반적인 드라마의 톤과 어울리지 않게 비현실적이면서도, 싱그러운 모습으로 그려져 젊은 시청자의 눈길을 잡는 요인이 됐다.


그러나 준희가 결국 재벌회장의 손자임이 밝혀진 뒤에서야, 두 사람이 약혼에 이르게 됨에 따라 작위적인 설정이라는 비판의 소지를 남기기도 했다.


연기자들의 자연스러우면서도 진지한 연기도 드라마의 인기에 커다란 몫을 했다.


박종PD가 일등공신으로 꼽는 김남주는 적당히 이기적이고, 영악하면서도, 미운구석을 찾기 힘든 커리어우먼 영욱을 살아있는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차인표도 어깨의 힘을 최대한 빼고 부인과 어머니 사이에서 노심초사하는, 소심해 보이기까지 하는 태주를 성실하게 연기해내면서 시청자의 박수를 받았다.


이밖에도 박근형, 심양홍,이효춘 등의 중견연기자와 김현주, 이서진, 윤태영 등의 젊은연기자 사이에 호흡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어설프고 과장된 연기로 눈에 거슬리는 부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는 20, 21일 마지막 두회의 방송을 앞두고 시청자의 관심은 별거중인 태주와 영욱의 재결합 여부에 쏠려있다.


안타깝게도 두 사람은 20일 방송에서 시청자의 기대를 져버리고 이혼할 예정.


하지만 21일 방송의 마지막 장면은 1년후 두사람이 다시 재결합한 뒤, 사랑을 확인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김정수 작가는 "젊은 부부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나갔던 것이 인기비결이었던 것 같다"며 "일하고 있는 젊은 주부들의 꿈과 욕망을 세세하게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작가는 또 "주말 가족시간대라서 조금 더 과감하게 현실을 묘사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vaidale@yna.co.kl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