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기업이 뜬다] 콘텐츠...컨셉트...컬처 '3C 비즈'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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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하드(New Hard) 시대가 열렸다.
소프트웨어가 도구화 되면서 '보이지 않는 공장'에서 각종 시스템과 특허를 생산해내는 새로운 시대가 온 것이다.
뉴하드란 뉴하드웨어의 줄인말로 소프트웨어가 거대한 공장설비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기업은 공장과 설비를 가진 제조업이 중심이었다.
거대자본과 대규모 시설을 갖춘 기업이 경쟁력이 높았다.
그러나 이 뉴하드 시대엔 자본(資本)보다 뇌본(腦本)이 더 높은 경쟁력을 갖는다.
설비보다는 창조성을 바탕으로 한 뉴하드가 더 높은 경쟁력을 갖게 됐다.
따라서 뉴하드 분야인 창조산업이 앞으로 급성장할 조짐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뉴하드 시대에 앞서가는 기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과 중소기업청, 한국창조성학회 등 3개 기관은 공동으로 창조성이 뛰어난 '창조기업인' 30명을 선정했다.
이들은 거대한 설비와 자금을 동원하기보다는 획기적인 컨셉트 하나로 업계에서 새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기업인들이다.
이미 e비즈니스분야에서도 각종 소프트웨어들이 뉴하드화되어가는 중이다.
이들은 크게 4가지 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인터넷 인프라스트럭처를 제공하는 사업이고 둘째는 어플리케이션사업이다.
셋째는 인터미디어리 사업이며 넷째가 전자상거래 사업이다.
이들중 인프라스트럭처 사업은 접속 서비스와 설비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미국에선 컴펙 퀘스트 등이 여기에 속하며 일본에선 NTT도코모 등이 여기에 해당되고 한국에선 한국통신 하나로통신 등을 들 수 있다.
어플리케이션 분야는 응용시스템 부문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넷스케이프 등이 속한다.
인터미디어리는 중개분야다.
대표적인 것이 야후다.
한국에선 네이버 옥션 등을 꼽을 수 있다.
코머스는 전자상거래분야로 미국의 아마존과 일본의 라쿠텐이 대표적이다.
이들 e비즈니스 사업자들은 소프트웨어를 도구화해 큰돈을 벌었다.
바로 소프트웨어 툴(Tool)시장을 겨냥한 것이 성공의 열쇠였다.
그러나 이제 소프트웨어를 단순히 도구화하는 것만으로는 성공하기 힘들어졌다.
왜냐하면 소프트웨어가 도구화하자 여기에 적용할 소프트웨어를 다시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콘텐츠 컨셉트 컬처이다.
이 세가지는 모두 c자로 시작되는 단어들이다.
그래서 e비즈니스와 비교해 c비즈니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제 콘텐츠 컨셉트 컬처는 가장 높은 경제적 가치를 갖게 됐다.
일본 소니의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2(PS2)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유에 대해 한결같이 기술적인 우월성을 거론한다.
전세계에서 7천만대 이상을 판매한 PS1에 이어 내놓은 이 제품이 인기를 끈 까닭은 PC 이상의 처리능력을 가진 반도체를 내장해 리얼한 화상을 즐길 수 있고, 고도의 조작기능도 탑재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차세대 영상매체인 DVD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영화나 음악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기술이 뛰어나다고 무조건 팔리는건 아니다.
이들의 선풍적인 인기뒤엔 '뿅뿅'이라고 부르던 갤러그에서 시작된 게임 컬처가 밑바탕이 되고 있는 데다 최근 들어 일본에서 일기 시작한 실내회귀(室內回歸) 컬처가 이를 부채질한 것이다.
일본의 대기업 가운데 컬처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아는 기업이 바로 소니이다.
그래서 이 그룹은 복합불황에도 불구, 승승장구를 누리고 있다.
소니가 일본 최대 민영방송인 후지TV에 자본 참여키로 하자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했다.
전자회사가 갑자기 웬 TV사업이냐고 놀라 했다.
그러나 소니가 후지TV에 참여키로 한 것은 이제 기술력보다는 콘텐츠가 더 돈벌이가 된다는 사실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후지TV의 콘텐츠와 소니의 기술력을 결합, 인터넷이나 2003년에 개시되는 공중파 디지털 방송을 활용한 쌍방향 서비스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의도인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기존의 컨텐츠를 뉴하드화한 한 전형적인 모델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1888년 미국에서 설립된 자연과학 전문 NPO(비영리조직)로 생생한 사진화면의 잡지 4종류를 통해 자연 지리 인류학 고고학 등을 차분하게 다뤄 왔다.
이는 피어리의 북극탐험과 콕토의 해양연구 지원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전통을 쌓아온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세계 3대 네트워크중 하나인 NBC와 손을 잡고 세계 각국에 TV를 통해 콘텐츠를 공급, 큰 성공을 거뒀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성공은 잘 따져보면 1백년 이상을 쌓아온 컨텐츠를 '보이지 않는 공장'으로 활용한 셈이다.
최근 미국과 일본의 중소기업 지원정책도 자금보다는 뉴하드 시장을 확대하는데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중소기업 정책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청(SBA)은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부양을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설정했다.
이를淪?창조적 기업(Creative Business)을 육성해 나간다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최근 SBA는 '21세기 중소기업과 기업가 정신'을 설정하고 이를 중소기업육성에 적용키로 했다.
SBA는 백악관 중소기업협의회 및 미시간대학교수들과 공동으로 포커스 그룹회의를 열어 새 프로젝트를 설정했다.
이 프로젝트는 오는 2005년까지 중소기업육성을 위해 취할 조치다.
이 프로젝트의 설정은 정부가 직접적인 육성업종을 정하는 방식보다는 스스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창조적 풍토를 조성해 준다는게 핵심이다.
여기엔 벤처를 집중 육성하자는 내용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아직까지 벤처 육성에만 치중해있는 한국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과 비교해볼 만한 것이다.
일본도 창조기업육성에 발벗고 나섰다.
최근 일본은 중소기업기본법을 개정해 중소기업 창조사업활동을 더욱 촉진키로 했다.
일본은 이미 '중소기업 창조활동지원법'이 시행중이긴 하다.
일본의 창조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은 크게 4가지다.
창조적 중소기업 창출지원 창조예비군 발굴지원 신사업개척보증 신사업육성 대부 등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뉴하드 비즈니스를 창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도 뉴하드 분야를 지원하는 정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때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