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용금고들이 일본 대금업체 벤치마킹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사상 초유의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든 현상황에서 마땅한 대출거래처를 찾지 못해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한 업계의 위기극복 전략인 셈이다. 신용금고 최고경영자(CEO)들은 호황을 구가하는 일본 대금업체를 직접 방문하고 있다. 금고연합회는 최근 신용금고의 생존전략으로 일본 대금업체를 본받아야 한다는 보고서를 만들었다. ◇ 대금업 배우러 일본간다 =금고연합회가 발간한 '국내외 소비자금융시장의 최근 동향과 시사점'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50조원대에 달할 국내 소액신용대출 시장에서 금고들이 경쟁우위를 갖기 위해선 일본 대금업체의 관리비결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침체로 신용불량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일본업체들의 철저한 연체관리를 본받아야 한다는 것. 현대스위스금고 김광진 회장은 이달중 직원 5명과 함께 일본 대형 대금업체 3∼4군데를 돌아볼 예정이다. "일본 대금업체들의 여신심사 노하우를 배워 오겠다"는게 김 회장의 설명. 한신금고 장순영 부회장도 최근 프로미스 산요 등 일본 대금업체를 방문했다. 협신금고는 이달 중 대금업 벤치마킹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 일본에 파견할 계획이다. ◇ 벤치마킹 이유 =일본은 지금 '대금업 전성시대'다. 7천개가 넘는 대금업체가 성업 중이며 시장규모만도 10조엔(약 1백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업체만 6개. 다케후지 아콤 프로미스 등의 총자산은 각 사별로 1조엔을 넘는다. 올들어 적자경영을 낸 금고가 잇따르는 국내 상황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서로 비슷한 '소액신용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일본 대금업체와 국내 금고사의 경영실적이 이렇게 차이나는 이유는 뭘까. "△신속하고 편리한 업무처리 △연체관리 및 심사능력 면에서 일본업체와 국내업체간 실력차가 크다"는게 장 한신금고 부회장의 설명이다. ◇ 벤치마킹 과연 성공할까 =업계의 벤치마킹 붐에도 불구하고 회의적인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국내 금고들은 일본 대금업체처럼 성공하기는 힘들다"고 푸른금고 하인국 사장은 지적했다. 하 사장은 "일본 업체들은 회사당 평균 27.7개의 점포수를 갖고 있는 반면 국내 금고들의 점포수는 2∼3개 정도"라고 말했다. 공격적인 영업을 위한 인프라(지점)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국내 금고간 '고객정보 공유'가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대금업체들은 '전조련'이라는 신용정보집중기관을 설립, 대출심사시 필요한 고객의 금융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효율적인 심사와 이를 통한 소액대출영업의 활성화를 위해선 국내 금고들도 이같은 고객정보 공유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협신금고 성선제 사장은 강조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