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 조정을 거듭해온 환율이 추석 연휴 이전의 불안감에 의한 과도한 상승갭을 메꾸며 3주만에 1,200원대로 진입했다. 지난 4일 이후 엿새째 하락세를 보이며 13.80원이 빠졌다. 밤새 달러/엔 환율의 급등이 개장과 함께 오름세로 시동을 걸었으나 최근 패턴인 '상승출발 뒤 하락반전'의 모양새를 지켰다. 그간 환율 상승을 주도했던 역외세력도 매도쪽에 적극 가담하면서 주 후반 들어 하락속도가 부쩍 빨라졌다. 국내외 증시의 상승 가도나 외국인의 주식순매수 랠리가 환율 하락을 적극 유도했던 측면이 강해 다음주도 이같은 양상의 지속 여부가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는 엿새 내리 하락세를 보인 점이 다소 부담이긴 하지만 반등의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1,290원까지 하락도 가능해 보인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2.70원 내린 1,299.30원에 한 주를 마감했다. 지난달 20일 1,297.50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 개장초반의 반짝 상승세를 제외하고 오전 내내 일방적인 저점 낮추기 행진을 벌였던 환율은 오후 들어 1,298.70∼1,299.80원의 좁은 범위에서만 등락하는 전형적인 주말 장세를 펼쳤다. ◆ 새로운 출발선상에서 = 추석연휴 일주일전부터 달아오른 환율 오름세는 일단 과매입 상태를 유지시켰다. 미국의 테러사태로 인한 불안감과 불확실성이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회의감을 증폭시킨 탓이었다. 그러나 추석연휴 이후 시장은 빠른 속도로 안정감을 되찾는 양상을 띠며 원위치를 찾아가는 과정을 형성했다. 다음주 달러/엔이 123엔대로 급등하는 장세가 연출되지 않는다면 추가 하락의 추가 무거워졌다. 쌓인 물량이 지속적으로 출회되는데다 주말을 앞두고 대규모로 사들인 외국인 주식순매수분이 달러 공급요인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테러사태로 인한 펀더멘털에 대한 불안감이 누그러들고 갭이 채워져 일단 추세쪽으로 봐야 할 것 같다"며 "달러/엔이 약간의 걸림돌이 되긴 하지만 6일 연속 떨어진 조정폭을 높게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음주 거래는 1,300원이 1차 저항선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1,290∼1,305원의 범위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주초반 외국인 순매수에 의한 달러 공급이 2∼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이고 엔/원도 1,050원까지 떨어져도 지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그동안 공습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오버했던 환율이 새출발선상에 서 있다"며 "주식시장의 강세와 외국인의 주식순매수의 지속여부가 관건이지만 1,300원 위에서는 물량 공급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점진적인 하락추세를 점쳤다. ◆ 매수 주체의 '실종' = 역외세력이나 정유사 등의 수입업체는 그동안의 매수가 과도했다는 듯 브레이크를 걸었다. 사려는 세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공급이 일방적인 우세를 보였다. 달러/엔 환율과의 이음새는 풀어졌으며 국내 증시와 외국인매매동향은 환율 하락을 적극 유도했다. 업체들도 이날 보유하고 있던 물량을 적극 내놓았으며 정유사 등의 수입업체들도 결제수요를 뒤로 미뤘다. 1,299원 아래로 추격매도에 나서기는 무리가 따랐지만 대체로 전략적으로 보유물량을 푸는 모습이었다. 달러/엔 환율은 121엔대로 껑충 뛰어올랐지만 이날 달러/원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전날 뉴욕장에서 증시의 이틀 연이은 큰 폭 상승을 업고 투자심리가 안정돼 전날보다 1엔이상 오른 121.38엔을 기록, 지난 미국의 테러사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으나 이날 추가 상승에 실패하고 소폭 내린 수준에서 거닐었다. 달러/엔은 오후 4시 56분 현재 121.29엔을 가리키고 있다. 달러/엔의 급등은 개장초 달러/원의 일시적인 오름세를 자극했을 뿐 연결고리는 끊어졌다. 엔/원 환율은 1,070원선으로 내려앉아 9월 초순경 수준을 회복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밤새 NDF환율은 1,305.25∼1,306.50원 범위에서 달러팔자는 분위기가 강해 1,304/1,306원으로 하락 마감했으며 이는 국내 시장에서 이어졌다. 전날보다 1.10원 오른 1,303.30원에 출발한 환율은 오름세를 타며 1,303.90원까지 올라선 뒤 역외매도세가 나오며 차츰 되밀렸다. 오름폭을 줄여 9시 49분경 1,301.90원으로 전날 종가대비 하락세로 방향을 튼 환율은 10시 30분경 1,299.90원으로 1,300원대를 깨 지난달 21일이후 처음으로 1,200원대를 경험했다. 이후 환율은 추가하락이 제한되고 달러되사기(숏커버)로 잠시 1,300원대로 되오르기도 했으나 물량 공급에 못이겨 10시 52분경 다시 1,200원대로 진입, 11시 45분경 1,298.50원까지 저점을 내렸다. 오전 마감가보다 0.20원 오른 1,299.3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1,299원선을 주로 거니는 가운데 매수주체가 없어 추가 반등이 어렵다는 점을 확인하고 2시 53분경 1,298.70원까지 되밀렸다. 이후 환율은 달러되사기로 3시 47분경 1,299.80원까지 오른 뒤 떨어져 1,299원선에서 게걸음을 거닌 끝에 1,299.30원에 마감했다. 장중 고점은 1,303.90원, 저점은 1,298.50원으로 변동폭은 5.40원이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여드레째 주식순매수세를 이으며 환율 하락에 적극 기여했다. 외국인 매매동향은 심리적으로 환율 하락 기대를 부추겼으며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828억원, 465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 지난 8월1일 2,376억원이후 규모가 가장 컸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0억4,69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0억3,41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1억9,160만달러, 2억8,140만달러가 거래됐다. 13일 기준환율은 1,299.9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