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64개 주요국 가운데 경쟁력 순위 27위에 그친 관료집단이 15위의 기업가집단을 지도하려 들다보니 국가발전이 뒤처지고 있다"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학장은 지난 5월 발표한 '산업정책연구원(IPS) 국가경쟁력 보고서'에서 기업을 언제나 지도하고 감시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료들의 구태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루디거 돈부시 미국 MIT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외환위기 이후에도 한국의 관료주의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는 "이 때문에 외국인 투자도 느리고 근본적인 규제완화도 지지부진하다. 관료의 수를 절반 정도는 줄여 적어도 일하는 사람을 방해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우리 경제의 문제는 곧 관료의 문제"라는 비판이 그동안 수도 없이 제기됐음에도 관료사회는 요지부동이다. 관료들 스스로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면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확장이 재연돼 그동안의 기업 개혁이 무위로 돌아갈지 모른다"(재정경제부.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주장에는 정부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진 모습이 투영돼 있다. 외환위기 이후 시장 자율 감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 추진해온 금융개혁 작업을 관료들 자신조차 믿지 못하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감시기능이 커진 시장의 힘을 왜 못 믿는가. 정부와 관료들이 기업에 대한 불신의 끈을 놓지 않은 채 기업을 꽁꽁 묶어 놓으려 한다"(이형만 자유기업원 부원장)는 비판의 목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간 기업이 관료로부터 배우거나 가르침을 받아야 할 것은 없다. 관료의 지식이 기업에 도움이 되는 것은 어떤 규제를 어느 부처의 누가 담당하는지와 어떤 인맥을 동원해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뿐이다" 잘 나가던 경제관료에서 지난해 기업체 사장으로 변신한 A씨의 얘기는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