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9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보복공격을 계기로 오래간만에 마주 앉았다. 비록 대테러전쟁에 대한 초당적 지지와 대응조치 마련에 의제가 국한됐다는 것이 청와대와 야당측의 얘기지만 지난 1월4일 이후 9개월여만의 이번 대좌로 '이용호게이트' 등을 둘러싼 여야의 소모적 대치가 해빙의 전기를 맞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여야 영수가 얼굴을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다보면 서로간 이해의 폭이 넓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에서다. 더욱이 김 대통령이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의 엄정한 선거관리를 약속하는 등 대야(對野) 관계 회복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정해진 의제 이외의 대화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YS-JP 신당설'이 불거져나온 시점인 만큼 향후 정국 추이를 놓고 상호 의중을 모색하는 탐색전을 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번 영수회담의 성격을 어디까지나 테러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국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회담을 계기로 여야간 '대화정국'이 복원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단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무엇보다 야당과 대화를 통해 정국을 풀어가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당내에선 '이용호 게이트'와 언론사 세무조사 등 여야간 논란을 빚고있는 쟁점현안의 원인 제공자가 여권인 만큼 먼저 김 대통령이 대승적 견지에서 이의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팽배하다. 이 총재 측근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여야간 시각차가 극명하게 드러난것 아니냐"며 "여권이 먼저 이런 인식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진지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이번 영수회담을 계기로 여야 관계가 정상궤도로 진입하지는 못하더라도 대치정국 해소를 위한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정국의 쟁점 현안을 둘러싼 여야간 시각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당장 가시적 성과가 나오기는 어렵겠지만 여야 영수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한 것 자체가 향후 민생이나 경제, 남북문제 등에서 상호협력의 가능성을 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도 그간의 정국 분위기에 비추어 한차례 영수회담을 계기로 여야관계가 조기에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hjw@yna.co.kr (서울=연합뉴스) 황정욱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