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테러는 뉴욕 세계무역센터뿐만 아니라 갑부들의 재산도 강타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7일 웹사이트를 통해 '미국 50대 부자'의 재산이 테러 여파로 채 한달도 안돼 4백40억달러(58조원)나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이중 19명은 8월27일∼9월24일에 재산이 20% 이상 줄었다. 50명의 평균 재산감소율은 18%였다. 포브스가 당초 8월27일을 기준으로 선정한 '2001년 미국 50대 부자'의 재산총액은 3천1백10억달러였다. 하지만 테러 여파로 뉴욕증시가 급락하면서 9월24일 현재 이들의 재산은 2천6백65억달러로 쪼그라 들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의 자산은 이 기간에 무려 72억달러가 줄었다. 하지만 '미국 최고갑부'라는 명성은 8년째 지켜냈다. 다양한 포트폴리오 덕으로 1위를 유지했다는 게 포브스의 분석이다. 폴 앨런 MS공동창업자도 20여일 만에 40억달러를 허공에 날렸다. 야후 창업자 제리 양의 재산은 최근 들어 절반 가까이 감소한 4억2천5백만달러를 기록,'4백대 부자'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월가의 투자 귀재 워런 버핏도 '가치주 투자의 대명사'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이 기간에 28억달러를 날렸다. 버핏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지만 8월27일 기준 재산이 3백32억달러를 기록,빌 게이츠에 이어 미국내 갑부 순위에서 2위를 차지했다. 미국 4백대 부자의 재산총액은 지난해 1조2천억달러에서 9천4백60억달러(8월27일 기준)로 감소했다. 4백대 부자들의 재산이 줄어들기는 포브스가 1982년 명단 발표를 시작한 이후 이번이 세번째다. 지난해 4백대 부자에 포함됐던 신경제 기업인 54명은 올해 명단에서 빠졌으며 소매와 제조업 등 전통분야 기업인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부자 상위 4백명의 평균 재산은 24억달러로 지난해보다 6억달러 감소했다. 10억달러 이상 재산가도 2백74명에서 2백36명으로 줄었다. 상속으로 4백대 부자에 든 사람은 1백49명이었고 나머지는 자수성가했다. 신동열·송대섭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