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마이크론 악재를 흡수하며 이틀째 보합권을 유지했다. 시장에서는 하방경직성 확보에 나선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국내 증시 영향력이 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급락에도 불구하고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던 주가가 튀어오르며 일중 고가로 거래를 마감한 것. 미국 테러 사태 이후 기술적 분석이 무색해 지고 누구도 쉽게 지지선 얘기를 꺼내지 못하던 상황에서 이제는 조심스럽게 박스권 하단부를 그리고 있다. 변동성 축소 전망의 중심에는 보복공격이 대규모 작전보다는 테러 배후세력 체포로 국한할 것이라는 미국의 입장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보복공격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다소 줄었다. 파장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후속테러'에 대한 두려움은 남아 있다. 이날 미국 LA 한인타운 근처 지하철역 입구에서 독가스가 방출됐다는 보도와 그에 따른 증시 반응은 이를 방증하고 있다. 반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견해가 많다. 불안 심리를 반영한 증시가 경기침체와 악화된 기업실적 등 펀더멘탈을 어떻게 해석할 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주저앉지 않겠냐는 당초 예상을 뚫고 견고한 모습을 보인 점이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테러 이전부터 진행해 온 경기 하강을 감안하면 아직 바닥을 논하기엔 이르다"며 좀 더 지켜볼 것을 당부했다. 국내 증시는 28일 거래를 마지막으로 추석 연휴에 들어간다. 이날 증시는 추석전 마지막 거래일을 앞두고 '폭풍 전야'와 같이 고요했다.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의 대치 국면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연휴 이후 장세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면서 눈치보기가 이어졌고 지수는 방향을 드러내지 않았다. 거래량은 이틀째 5억주를 밑돌았다. 금요일 거래는 저마다 득실 계산을 끝낸 후 활발하게 전개될 공산이 크다. 연휴를 앞둔 심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지수 움직임으로 표출되지는 않더라도 긍정과 부정이 맞서며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기본적으로 연휴를 맞이한 전략은 현금 비중 확대다. 우선 추석 연휴 기간에 쌓이는 해외변수를 국내 증시가 어떻게 가중평균해 반영할 지, 예측불허다. 오르더라도 반등 공간은 넓지 않을 전망이다. 신영증권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조금 늦게 가담하더라도 매수 기회는 충분히 남아 있는 반면 매도 기회는 한번 놓치면 다시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다만 거래량 증가와 함께 지수 방향이 치우칠 경우 유연하게 대처할 것을 권한다. 반등시 매도 관점에서 접근하되 낙폭이 클 경우 경기 방어 성격이 강한 내수관련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테러 사태 이후 반등시 가장 큰 모멘텀은 '가격'이었음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연휴 기간 가장 큰 화두는 여전히 미국 보복공격과 그와 관련된 돌발 변수다. 게릴라전으로 전개될 전황에 눈을 떼지 말아야 겠다. 경제지표로는 금요일 미국 2/4분기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 확정치가 나온다. 2/4분기 GDP는 당초 0.7%로 추계된 뒤 지난달 말 0.2%로 하향수정됐다. 같은 날 발표되는 9월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도 테러 이후의 소비심리를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관심거리다. 앞서 컨퍼런스보드의 9월 소비자신뢰지수에는 조사 시기 상 테러 충격을 부분적으로만 반영했다. 그런데도 97.6으로 5년중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10월 첫째날과 다음날에는 9월 구매관리자협회(NAPM) 제조업 지수와 유로 9월 경기, 소비, 산업신뢰지수 등도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지표는 대부분 악화가 예상된다. 시장에서 이미 인식하고 있는 만큼 타격이 크지 않으리라는 견해도 많지만 주가 발목을 잡는 요인임은 분명하다. 이어 다음달 2일 예상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와 1,000억달러 규모로 알려진 경기 부양책의 효과도 주목된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