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게이트 계기로 본 '해외CB'] 무늬만 外資..'사례와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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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해외CB(전환사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그동안 '외자유치'라는 화려한 포장에 가려 드러나지 않았던 해외주식 연계채권을 이용한 검은 커넥션의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대주주의 해외CB 재인수'는 사실 주식시장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무늬만 외국인이 인수하는 방식을 택할 뿐 실제 인수자는 대부분 국내 투자자 아니면 해외거주 한국인인 '검은머리 외국인'이라는 얘기다.
이번 사건은 해외CB가 전방위 로비용 뇌물로 사용됐다는 점이 새로울 뿐 수법은 이전 사례와 다를 바 없다.
증시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발행되는 CB의 경우 국내 채권과 달리 해외 발행국의 법 적용을 받게 돼 구멍이 뚫린 감시망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검은 머리가 판치는 해외CB 발행 =해외CB.BW 발행은 소액주주를 제외한 대주주, 해외인수자, 국내인수자 등 3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 게임'이다.
대주주로서는 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해외 인수자도 명의만 빌려주고 일정액의 프리미엄이나 직접 인수 후 차익을 남길 수 있다.
인수 자금은 무늬만 외자일 뿐 대부분이 국내 투자자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발행 기업이 CB.BW 발행을 의뢰하면 주간사 증권사는 국내외 컨설팅회사 등 브로커를 통해 인수자 물색에 나선다.
인수자들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회사측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사준다는 조건을 붙이는 만큼 잠시 명의를 빌려주고 대가를 받기 때문이다.
인수자 결정과 동시에 '검은머리 외국인'이나 국내 기관들이 중심이 된 2차 채권매입 인수팀이 구성된다.
지난해 해외CB를 발행한 코스닥등록 기업인 A기업 최모씨(44)는 "이용호 사건에서도 드러났듯 해외CB를 인수한 투자자들은 전환청구를 앞둔 시점이나 리픽싱(전환가 조정)을 통해 주가를 낮춘 뒤 주가를 다시 끌어올려 차익을 챙기는 수법을 쓴다"고 귀띔했다.
◇ 문제점 =사실상 제한 없는 전환가 조정과 3개월이 지나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어 해외CB 인수는 '무위험 고수익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발행 당시 통상 시가보다 낮게 책정되는 전환가는 이후에도 횟수에 제한 없이 조정을 거쳐 액면가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
해외주식 연계채권의 경우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내국인 투자자 보호에 아무런 대책이 없는 셈이다.
이미 발행된 해외CB의 국내 환류를 봉쇄할 만한 근거도 없다.
현재 관련법규상 해외CB 발행 당시 최초 인수자만 외국인으로 확인되면 내국인의 재인수를 허용하고 있다.
국내 발행과 달리 해외CB는 인수 대상자나 조달자금 용도 등을 정확하게 기재하지 않아도 된다.
금융감독원 기업금융제도팀 관계자는 "해외CB의 경우 국내 채권과 달리 공모시장이 있는 발행국의 법 적용을 받도록 돼 있어 감독 대상이 아니다"라며 "유로 공모를 택하는 것도 공시 등 감독이 소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