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세계무역센터가 비행기 테러로 폭파된 지 보름이 지났다. 충격이 경제 지표를 뚫고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는 8월 114.0에서 9월 97.6으로 뚝 떨어졌다. 90년 걸프사태 이후 최대 월간 하락폭을 기록했다. 미국 경기가 그동안 활발한 가계 소비 덕에 침체로 떨어지지 않았음을 고려할 때, 소비자 신뢰 악화는 최후의 보루가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소비 위축으로 미국 경기가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정의되는 불황에 접어들 가능성은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된 상태다. 증시의 방향은 이제 침체를 두 분기로 마무리한 뒤 내년 2분기 이후 반등할 지에 달려 있다. 시장은 그러나 여기에 관심을 쏟을 겨를이 없었다. 미국의 보복공격이 개시되지 않은 채 불확실성만 확대재생산해왔기 때문이다. 26일 국내 주식시장은 국제정세 앞에서 불안해하며 움츠러들었다. 더욱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위험을 지고 가려는 투자자는 드물었다. 거래소 거래량은 지난 12일 이후 처음으로 5억주를 밑돌았다. 뉴욕 주식시장이 이틀 연속 상승했지만 투자심리를 북돋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전날 종합주가지수가 10포인트나 하락한 데 따른 낙폭과대 논리도 주가의 추가하락을 잠시 붙들 정도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장 종료 후 외신을 타고 ‘구체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미 국방장관 렘스펠드는 보복전쟁 작전명을 항구적 자유(enduring freedom)으로 바꾸고 “대대적인 침공작전 대신 어렵고 위험한 장기전을 수행하기 위한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특수부대의 작전으로 테러 배후 세력을 체포하는 데 국한하겠다고 시사한 것. 이로써 보복공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한겹 벗겨졌다. 아울러 전쟁의 강도와 범위가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할 가능성도 커졌다. 지난 12일 이후 주가 하락폭 가운데 심리적인 불안으로 인한 부분을 만회하려는 움직임이 예상된다. 위기는 기회다. 현 주가는 분명 낮은 수준이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주식매수의 좋은 기회일 수 있다는 말이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