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구매부서에서는 최근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4천건의 구매요청서,1만건의 납품지시서,3천건의 계약품의서,3천건의 계약체결통보서,1만건의 인수검사서등 연간 3만건에 달하는 구매 관련 문서가 더이상 필요치 않게 됐다. 구매승인 담당자가 출장을 떠나도 제때 승인받을 수 있게 됐다. 구매요청에서 구매승인까지 걸리는 기간은 종래 이틀에서 실시간(real time)으로 단축됐다. 구매원가도 5~15%나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구매 혁명"은 최근 각종 사무용품과 통신 관련 자재를 인터넷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나서 일어났다. SK텔레콤이 구축한 프로그램은 "전자조달시스템(e-Procurement)". 사무용품 부품 등 기업에서 일상적으로 구매하는 물품을 인터넷 기반에서 살 수 있게 해주는 e비즈니스의 핵심 솔루션이다. SK텔레콤은 1999년 초부터 업무혁신 차원에서 3단계에 걸친 전사적자원관리(ERP) 프로그램 구축을 추진해왔다. 그 2단계 작업으로 최근 전자조달시스템 구축을 마쳤다. e비즈니스를 적극 추진하는 시기에 비용절감 시간단축 등 업무 효율화의 효과가 가장 큰 분야를 택한 결과였다. SK텔레콤이 택한 전자조달시스템 제품은 독일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e비즈니스 솔루션업체인 SAP의 "EBP(Enterprise Buyer Professional)". SK텔레콤은 이미 ERP 프로그램도 SAP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 매끄러운 업무 진행을 위해 주저하지 않고 SAP 제품을 선택했다. 종래는 필요한 물품을 사려면 내역을 서류에 적어 구매담당 부서에 제출하고,결제받을 때까지 기다리고,도착한 물품에 대해 종이로 된 영수증을 주고 받아야 했다. SK텔레콤이 전자구매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 인터넷 상에서 실시간으로 모든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개념상으로는 매우 간단해 보인다. 그러나 1천명의 직원이 늘 사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일인 만큼 한치의 오차도 없어야 했고 상당기간 준비해야 했다. ERP 프로젝트 추진팀은 2000년 12월 환경분석과 추진계획 수립에 착수,필요한 자원 계획(2001년 1월) 기능 분석.보안솔루션 선정(2월) 그룹웨어 통합(3~7월) 카탈로그 생성.사용자 교육(7~8월) 등을 거쳐 전자조달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SK텔레콤은 전자조달시스템을 3단계로 구분해 단계적으로 도입키로 했다. 1단계 품목은 소모성자재(복사지 볼펜 등 일반 사무용품과 사무용 가구),2단계 품목은 통신 일반자재(기지국용 축전지,냉방기,케이블,소화기처럼 통신업종의 고유 물품이면서 제품 규격이 표준화돼 있어 경쟁 구매를 할 수 있는 제품),3단계 품목은 통신 전략자재(통신 서버용 메인시스템 등 전문 장비)로 구분했다. 이 가운데 1,2단계가 실용화됐다. 박영규 SK텔레콤 ERP 프로젝트 추진팀 부장은 "전자조달시스템 구축 이후 문서작업 감소,시간 단축,구매원가 절감 등 눈에 보이는 효과는 물론 가격 결정 과정이 공개됨에 따라 거래관행이 투명해졌다는 평도 얻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1999년 5월 ERP 프로그램 구축을 시작해 2000년 8월 1단계 작업을 마쳤고 2000년 9월 2단계 작업에 착수해 최근 완료했다. 1단계에는 재무회계 관리회계 예산관리 자금관리 등,2단계에는 전자조달시스템과 자산관리 시설관리 등의 업무를 인터넷 기반으로 전환했다. 2002년 말 최종단계인 3단계가 완성되면 전략경영관리 인력관리 등 작업까지도 인터넷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ERP 프로그램 활용 이후 SK텔레콤은 3만8천7백곳의 물품구입처와 1만9천2백곳의 고객사 등에도 거래내역과 금액등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 이들로 부터도 호응을 얻고 있다. --------------------------------------------------------------- [ 용어풀이 ] 전자조달시스템(e-Procurement)기업이 각종 소모품이나 자재를 인터넷 기반으로 구매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 1990년대 중반 월마트 GM 델컴퓨터 등 미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국내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대형 제조업체들이 전자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