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안에 미묘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1922년생으로 올해 여든을 넘보는 신격호 회장의 건강이상설과 함께 동주 동빈 등 장·차남에게 계열사 지분이 골고루 증여될 것이란 얘기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지난 8월말 일본 도쿄에서 가진 주력기업 사장단 모임에서 그룹의 미래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가 있었다는 풍문도 있다. 이런 얘기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물론 롯데에 몸담고 있는 임직원들이다. 이들 못지 않게 유통업계 관계자들도 롯데의 미래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유통업계 판도변화의 열쇠를 롯데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신동빈 부회장의 행보는 상당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전경련 부회장직에 오른뒤 6월에는 전경련 산하에 유통산업위원회라는 기구를 만들었다. 이 기구에는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유통 빅3 대표들을 비롯 학계 연구소 등의 쟁쟁한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엔 경기도 용인에서 '유통업계 위상제고'등을 주제로 세미나를 갖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 부회장은 내부 사업을 챙기는 데도 열성적이다. 그는 중소 유통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슈퍼체인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롯데의 '레몬 슈퍼' 2개가 올들어 수도권에서 잇따라 문을 열었다. 이에앞서 편의점 사업(세븐일레븐)을 직접 관장하면서 '로손'을 사들여 업계 선두로 나서기도 했다. 인터넷쇼핑몰 업체인 롯데닷컴도 진두지휘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유통 맹주를 겨냥한 신 부회장의 야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그에 대한 외부 평판은 한마디로 '아직 미지수'란 것이다. 그의 서툰 한국말과 일본편향적인 태도는 유통업계 리더로서는 결격사유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신 부회장이 재계의 추측대로 한국의 롯데 총수로 등장할 경우 최대의 난관은 이같은 부정적인 외부평판과 함께 내부의 빈약한 인적자원이 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정점만 바라보는데 익숙하고 외부 세계와 단절된 경영진이 2세 경영체제를 제대로 뒷받침할지 의문"이라고 우려한다. '1인 지배체제'에 길들여진 폐쇄적 기업문화가 과연 바뀌어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란 얘기다. 어쨌든 서늘한 가을바람이 부는 요즘 유통업계는 롯데 2세 경영인의 일거수 일투족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