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선물이 외국인 매도와 삼성전자 급락 영향으로 이틀 반등 뒤 약세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이날 현물 시장에서 1,000억원을 매도 사흘째 3,000억원을 순매도했으며, 선물시장에서도 거의 5,000계약에 달하는 순매도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비중 가장 높은 삼성전자는 테러 이후 반도체 경기부진 우려감이 증폭되면서 외국인 매도공세에 연중최저치를 기록했다. 20일 코스피선물 12월물은 전날보다 1.25포인트, 2.09% 하락한 58.60으로 마감했다. 장중 저점은 57.90, 고점은 59.05였다. 시장베이시스는 마이너스 0.5∼0.7대의 백워데이션이 심화된 가운데 마이너스 0.74로 마쳤다. 장중 프로그램 매도가 지속적으로 출회, 차익 697억원, 비차익 361억원을 합쳐 1,058억원에 달했다. 매수는 166억원에 그쳤다. 매매주체별로는 외국인이 4,864계약, 증권이 254계약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이 3,4644계약, 투신이 1,587계약을 순매수했다. 종합지수는 SK텔레콤이나 한국통신, 한국전력 등이 2% 가량 상승했으나 삼성전자가 6% 급락하고 포항제철이 3% 급락한 가운데 통신, 운수창고, 전기가스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이 하락하면서 전날보다 6포인트 떨어진 480선에서 마쳤다. ◆ 삼성전자 급락, 계속될까 = 이날 삼성전자는 장중 15만1,500원까지 떨어졌다가 전날보다 1만원, 6.10% 떨어진 15만4,000원에 마쳤다. 장중으로는 지난 11월 20일 14만8,500원 이래, 종가로는 지난해 10월 31일 14만2,500원 이래 최저치다. 시장에서는 미국 주가가 재개장 이래 사흘째 하락했고 테러에 따른 경기 회복시기의 지연, 보복 시기 임박론에 공격의 장기화 가능성 등이 투자자들에게 매도심리를 제공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수요 부진 속에 반도체경기 회복시기가 1∼2분기 늦춰지고 3/4분기 이래 적자 지속 우려감이 제기된 가운데 외국인의 환매 대비 보유물량 축소나 로스컷 가능성이 추정되면서 급락세가 빚어졌다.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급락도 매도심리를 부추겼다. W.I.카증권의 김기태 이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세계반도체 경기의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했다고 볼 수는 없다"말했다. 이어 김 이사는 "삼성전자가 좀더 하락하면 기관이나 외국인이 로스컷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며 "기관의 순매수 유지 방침은 시장의 탄력성을 죽여 자칫 외국인의 매물을 소화할 수 없게 함으로써 급락 가능성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초 삼성전자가 39만원의 꼭지를 치고 하락하면서 10월 12만원대까지 급락했을 당시 외국인 매도규모는 불과 5% 가량에 불과했으나 막상 매물을 소화해 낼 데가 없어 속락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투신사의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가 증시의 핵심 종목이라는 점에서 한국시장에서 떠날 것이라 아니라면 매도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매도하고 나서 가격 메리트가 있을 때 다시 유입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매도가 사흘째 계속되고 삼성전자를 팔긴 했으나 보유비중이 크게 줄지 않았다"며 "그러나 경기회복 지연에 전쟁설까지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있어 누구도 바닥을 확신할 수 없다는 게 제일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