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전망을 하기가 몹시 어려운 상황이다. 사상 초유의 테러 공격을 당한 미국의 응징 정도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전문가들도 종목 추천이나 시황 전망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무엇보다 17일 밤(한국시간 기준)에 열릴 미국 증시의 움직임에 전세계의 시선이 쏠려 있다. 현재로선 "미국 증시 하락은 불가피하지만 쇼크를 일으킬 가능성은 적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런 가운데 "군수 통신 제약 업종은 상대적으로 강세,항공 보험업종은 약세"는 전망이 나온다. 업종별 명암은 극도로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폭락 대응책=미국 증권관리위원회(SEC)는 주가 폭락을 막기 위해 일부 규정을 조정,자사주 매입 물량과 기간 제한을 해제할 방침이다. 미국의 주요 기관투자가들은 "폭락시 매수로 대응한다"는 신사협정을 맺어 놓았다. 현지에서는 "주식 매수로 테러리스트와 싸우자(Fight terrorist by buying shares)"는 애국적인 정서도 팽배해 있다. 나흘간의 휴장이 심리적 패닉에서 벗어나 이성을 되찾도록 여유를 준 점도 긍정적이다. 한국투신 윤성일 투자전략부장은 "주가 폭락을 막기 위한 이같은 약속들은 지켜진다고 봐야 된다"며 "17일 폭락 우려감은 상당히 줄었지만 불확실성의 기간이 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간과했던 변수들=지난 14일엔 미국에서 여러 경제지표가 발표됐다. 미국의 8월 산업생산이 0.8% 하락으로 나타나 제조업 침체가 지속되고 있음을 암시했다. 공장가동률도 76.2%로 83년 7월 이후 최저치다. 반면 8월 소매매출이 0.3% 증가했지만 '아직도 경기는 추락 중'이라는 시그널에 대한 반론의 근거가 되기엔 미약하다.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불안으로 금리인하라는 정책적 수단에 제약이 생긴 점도 부정적 변수다. 국내적으로는 하이닉스 반도체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이 사실상 거부됨으로써 구조조정 지연에 대한 우려감이 현실화됐다. 경기의 'V자형'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희박해지고 'L자형'침체 지속이라는 우려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가격 메리트에 주목=한 주간 종합주가지수가 13% 이상 떨어져 무엇보다 가격메리트가 부각되고 있는 시점이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연구원은 "주가하락으로 배당가치를 밑도는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배당 유망주에 대한 매기형성이 예상되고 있다. 수출에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에 정부는 2차 추경예산 편성 등 내수진작 의지를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때문에 건설주와 자산관련주 등에 대한 관심도 커질 전망이다. 외국인이 전주말 순매수로 대응한 SK텔레콤 등 통신주와 내수관련주도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