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테러참사와 뒤를 이을 미국의 대응이 산업적 측면에서 새로운 변화의 조류로 이어질 것인가. 멀리 갈 것도 없이 2차 세계대전 및 월남전 중동전 걸프전 등 일련의 전쟁이 어찌됐건 기술과 산업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면 한번쯤 던져볼 의문이다. 2차 세계대전은 존재하는 모든 기초과학,첨단기술의 압축적 발전을 가져왔다. 독일의 로켓,영국의 레이더,미국의 원자탄 등 전쟁중 계획들이 성공적으로 나타나면서 거대과학의 발전과 연구개발비의 획기적 증대를 몰고왔다. 이후 미국의 국방 원자력 우주항공 등은 정부 연구예산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에서 이들의 비중은 막대해졌다. 하지만 60년대 월남전의 여파로 인한 반전과 반과학운동,중동전 및 석유파동,그리고 이로 인한 불황은 국방이나 거대과학보다 현실적으로 당장 유용한 기술적 요구를 낳는 역풍을 몰고 왔다. 저가ㆍ저에너지 상품,실용적 상품을 중심으로 일본을 세계경제 무대에 등장시키는 계기가 됐고 경쟁력의 개념마저 변화시켰다. 그 후 사회주의권 붕괴로 미국은 본격적으로 기술ㆍ산업ㆍ무역의 연계정책에 눈을 돌렸다. 국방산업계는 생존의 위기에 직면했고 상업화 기술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터진 90년대 걸프전은 그간 국방부문에서 축적된 정보기술(IT)의 시험무대였다. 이를 전후로 국방의 각종 연구는 인터넷 통신위성 휴대폰 등의 발전에 영향을 미쳤고 뒤이은 IT혁명은 이와 무관한 게 아니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테러는 어떨까. 후속적 대응이 어떨지 모르는 상황에서 뭐라고 예측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주목할 것은 첨단 IT를 자랑하는 미국이 초기에 그처럼 허무하게 당한 상황이 던지는 심리적 위축만큼은 쉽게 가시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이는 어쩌면 새로운 변화,즉 IT의 발전에 있어 균형회복의 요구로 이어질지 모른다. 디지털적 위험은 물론이고 그간 무시해버렸던 아날로그적 위험과 관련해 조직이나 상품 및 서비스 등에 만연해 있는 보안·안전성 측면의 과소투자가 강력한 이슈로 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IT의 우위에 취해 정작 중요한 인적 측면을 무시했다는 반성도 변화요인이 될 수 있다. 이는 물론 단기적으로는 시스템의 개선 요구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인적 측면이 부각되면 보안과 관련해서라도 생명공학의 새로운 발전과 이를 토대로 한 다양한 기술적 융합이 더욱 촉진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전문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