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카불 戰火에 휩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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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숨을 죽인 채 테러응징 전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람직하기는 미국의 보복이 확산없이 단기간에 종료되는 경우다.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은 충격을 빠르게 흡수하며 정상 궤도로 복귀할 수 있다.
보복전이 중동지역으로 번질 경우 상당 기간 혼란이 불가피하다. 이 때 3차 오일쇼크가 야기되면서 세계 경제는 동반 침체에 접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은 단호하다. 미국 정부는 군사공격의 목적을 오사마 빈 라덴을 비롯한 테러리스트의 체포와 처벌로 국한하지 않고 있다. 테러를 비호하는 국가를 끝장내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는 것. 테러에 대해 '미국이 죄값을 치른 것'이라고 언급한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도 타겟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라덴이 은신중인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은 일전불사의 결의를 천명했다. 탈레반 최고지도자 물라 모하마드 오마르는 라덴은 테러와 관련이 없다며 자위를 위해 어떤 대가도 치를 태세가 돼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카불 전선이 어떻게 전개될 지는 예측의 대상이 아니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미국과 이에 맞서는 아프가니스탄, 이밖에 서방 여러 나라와 파키스탄, 이라크 등 주변 이슬람국가의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테러와 무관한 인명과 지역에까지 포화와 피해가 번지지 않도록 하기를 바랄 뿐이다.
금융시장은 불안심리와 전쟁 발발에 따른 충격, 그리고 전선의 이동경로과 관련한 불확실성 속에서 요동칠 전망이다. 금과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의 도피가 촉발되면서 주가가 급락하게 된다. 금융시장은 보복전이 조기에 마무리되거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져 전황이 주된 관심에서 멀어진 연후에야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월요일에는 뉴욕 증시가 개장한다. 한 설문조사에서 투자자의 99%가 주식을 매도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또 미국 대기업과 투자회사들은 주가 안정을 위한 매수를 다짐했다. 지난 14일 뉴욕 채권시장에서 회사채 수익률이 급등하지 않은 점도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증시가 애국심과 단결력을 서로 확인해주는 장이 아닌 바에야 당일 투매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소비자신뢰지수가 악화되고 산업생산이 저조를 벗어나지 못하는 등 각종 지표는 불황의 초입을 가리키고 있다. 그나마 유지돼온 소비 마저 테러로 인해 위축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주가가 전쟁의 충격을 반영한 뒤 반등하더라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거나 만회에 오래 걸린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럽 증시는 화요일 급락 뒤 수요일 반등하는가 싶더니 금요일에는 다시 큰 폭 미끄러졌다. 금요일 프랑크푸르트 DAX 지수는 6.29% 폭락했고 파리 CAC40 지수는 4.97%, 런던 FTSE 지수는 3.80% 내렸다.
달러화는 14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와 엔에 대해 6개월중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달러/엔 환율은 한때 116.96엔까지 밀렸다가 전날보다 1.50엔 낮은 117.35엔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유로/달러는 92.06센트를 기록했다. 유가가 다시 들먹였고 금값은 이틀 연속 올랐다.
국내 증시는 지난 수요일 테러충격으로, 금요일에는 전쟁우려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졌다. 거래소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7일 555.08에서 지난 14일 482.29로 72.19포인트, 13.11% 급락했다. 코스닥지수는 63.14에서 50.21로 무려 12.93포인트, 20.48% 폭락했다. 코스닥지수는 지난 금요일 장중 사상최저치를 49.31까지 낮춰놓았다.
이번 주 발표되는 경제지표는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7월 재고와 무역적자, 8월 소비자물가와 주택신축 등 지표가 발표된다. 국내에서는 월요일 8월 고용동향과 소비자전망이 나온다.
한경닷컴 백우진기자 chu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