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1세기의 첫 전쟁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13일 딕 체니 부통령이 갑자기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 대통령 별장으로 이동하고 의사당이 또다시 소개되는 등 워싱턴은 아연 긴박감에 휩싸였다. 이와 함께 뉴욕의 3개 공항에 대한 항공기 착륙이 불허되고 백악관은 주변 2개블록이 봉쇄된 채 군인들이 순찰을 돌며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으며 워싱턴의 일부관광 명소가 다시 폐쇄되는 등 안전 조치가 대폭 강화되고 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에 남고 체니 부통령은 자리를 옮긴 이유에 대해 언급을 회피했으나 줄리애나 글로버 부통령실 대변인은 "순전히 예방적 조치"이며 체니 부통령이 이번 주말에는 백악관으로 돌아와 부시 대통령과 다시 합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의 군사분석가들은 그러나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후견인격인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선전포고를 앞두고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대통령과 부통령을 `안전 거리'에 떼어 놓으려는 것"으로 해석했다. 글로버 대변인도 "지난 11일의 테러 이후 일의 처리 방식이 달라졌다"며 "안보적 관점에서 보면 이제 더 이상 일상적인 상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의사당에는 이날 오후 5시40분(한국시간 14일 새벽 6시40분)께 상원의 표결 도중 소개령이 떨어졌으며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으로부터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 국방부 청사 등에 대한 사상 초유의 동시 다발 테러에 대한 브리핑을받던 상하 의원들은 황망히 의사당을 빠져 나왔다. 의원들은 경찰견이 의사당에서 미심쩍은 냄새를 맡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을뿐 지난 11일에 이어 의사당이 또다시 소개된 이유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연방항공국은 FBI의 조치라며 뉴욕의 라과디아와 케네디 및 뉴어크공항 도착 예정인 항공기들에 대해 출발지를 이륙하지 말도록 지시했다. 아울러 테러 직후 폐쇄됐다 이날 오전 개방된 워싱턴의 링컨기념관과 제퍼슨기념관 등은 다시 일반인의 출입이 불허됐다. 앞서 부시 대통령은 이날 눈물을 애써 삼키며 "미국은 21세기의 첫 전쟁을 목격했다"고 선언한 뒤 "세계를 이끌어 테러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전쟁 불사 의지를 분명히 했고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최고위 관리로는 처음으로 빈 라덴이 테러 배후 세력이라고 공개적으로 지목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