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의 뒷골목.흐느적거리는 네온빛 아래로 술취한 사내들과 벌거벗은 무희들이 뒤엉킨다. 그곳은 잔혹한 킬러들의 주무대이기도 하다. 번득대는 킬러들의 눈은 야수의 그것처럼 피냄새를 풍긴다. 국내 처음으로 개봉되는 태국영화 "방콕 데인저러스"(22일 개봉)는 벙어리 킬러를 주인공으로 한 하드코어 액션물. 말을 못하는,그러나 사격솜씨만은 누구보다도 뛰어난 킬러 콩이 조직의 배신으로 친구를 잃은후 처절한 복수에 나선다는 이야기다. 줄거리는 상투적이다. 살인,강간,"천사같은 여자"와의 이룰 수 없는 사랑,복수까지 킬러영화의 단골메뉴는 고루 섞었다. 그래도 독특한 색깔이 있다. 스타일의 과장이 심하긴 하지만 매혹적인 장면들이 꽤 보인다. 쇼트커트로 촬영된 감각적인 영상이 거칠지만 속도감있다. 시종 질척한 피의 이미지로 가득한 영화는 고개를 돌리고 싶은 잔혹한 잔상을 뇌리에 오래 남긴다. 대사가 거의 없는대신 심장박동같은 리듬에 실린 강렬한 사운드가 긴장을 고조시킨다. 태국배우들의 낯선 매력도 인상적. 태국의 쌍둥이 형제감독 팽형제(옥시드 팽.대니 팽)의 대표작인 "방콕..."은 지난해 토론토 영화제 국제 비평가상을 수상했고 태국 비평가 협회상 6개 부문(최우수 작품상,감독상,각본상,촬영상,편집상,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올 부천국제영화제에도 초청돼 호평받았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