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사건으로 해외 시장은 물론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도 상당한 충격을 던져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내경기가 올 4.4분기부터는 반등할 것이라던 정부 당국의 전망은 사상 초유의 테러라는 돌발 변수로 인해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경제 전문가들은 국내 경제가 미국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수출감소, 주가하락, 환율불안, 유가상승 등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12일 미국 폭탄테러 사건이 국내 및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전망해 보는 긴급 좌담회를 마련했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전문위원 사회로 열린 이번 좌담회에는 강창희 굿모닝투자신탁운용 사장,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지동현 조흥은행 상무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번 테러사건의 충격으로 올해 우리나라 경제는 당초 기대에 못미치는 연 2%대의 낮은 경제성장률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또 북한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강경자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 남북관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참석자 ] 강창희 < 굿모닝투신운용 사장 > 정문건 <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 지동현 < 조흥은행 상무 > 한상춘 < 사회.한경 전문위원 > --------------------------------------------------------------- △ 한상춘 전문위원 =이번 사태가 미국경제에 미칠 영향은. △ 정문건 전무 =미국경제는 이미 IT(정보기술)분야에 대한 과잉투자로 인해 침체가 지속되던 상황이었다. 특히 미국경제 회복이 연초 기대보다 더딜 것이란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던 시점에서 이번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경제 회복시기가 더 멀어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IT분야의 구조조정이 지연될 전망이다. 미국경제를 그나마 지탱해오던 내수 경기도 이번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하반기 경기침체 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다. △ 한 위원 =국제 금융시장 전망은 어떤가. 미 달러화 가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동현 상무=미달러화는 약세기조에 접어 들고 있다. 또 이번 사건으로 약세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국이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대대적 보복에 나서면서 준(準)전시 상황으로 치달으면 달러화 약세 흐름은 길어질 것이다. △ 한 위원 =달러화 가치가 폭락할 가능성은 없나. △ 지 상무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시장에 개입할 것으로 보이므로 폭락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 한 위원 =달러화 약세기조에 따라 미국내 해외 투자자금이 이탈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이같은 추세가 세계 불황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비관론까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는데. △ 정 전무 =과거 대공황때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미국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등 금융인프라가 불충분한 상태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연준리가 적극적으로 기능하고 있고 유동성 통제도 원활한 편이다. 현 수준의 금융인프라를 감안한다면 해외 투자자금의 대규모 이탈이나 세계불황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시 말해 극심한 침체는 없을 것으로 본다. △ 한 위원 =금융 결제시스템 불안정성이 높아질 우려는 없나. △ 지 상무 =결제기능 마비는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피해중 하나다. 현재 파악한 바로는 결제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중이어서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자금 조달도 정상적인 상황이다. 선적서류 확인이나 배송 등 무역부문에서 거래상 일부 마찰적인 문제는 있겠지만 이 역시 뉴욕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이다. 결제시스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앞으로도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 한 위원 =원유 등 국제상품시장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 강창희 사장 =단기적으로 유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급격한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정 전무 =미국과 테러세력의 대결 양상이 국지전과 같은 전쟁상황으로 확대될 것인가가 최대 변수다. 이번 테러가 중동국가들의 조직적인 배후에 의한 것으로 드러나면 전면전양상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상품시장의 동요가 불가피하다. △ 한 위원 =대미 통상문제와 남북관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 정 전무 =부시 정부는 클린턴 정부와 달리 금융보다 실물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들어 쌍무간 통상마찰이 늘어나는 등 대외 통상문제가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이 미국내 보수세력을 더욱 단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점에서 우려된다. 통상 문제에서 보수.강경주의가 힘을 얻으면서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지 상무 =대북문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가로 분류해 놓고 있는 만큼 앞으로 북한에 대해 더욱 엄격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할 공산이 높아질 수 있다. 이에따라 남북화해 분위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 한 위원 =대미 수출 영향은. △ 강 사장 =미국의 내수경기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연말 경기에 크게 좌우된다. 이런 상황이라면 올 연말 미국내 소비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달러화 약세까지 겹친다면 우리 기업의 대미 수출은 당초 기대치에 훨씬 못미칠 것이다. △ 지 상무 =이번 사건으로 미국인들은 자국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심리적 변화가 소비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대미 수출에 주력하는 기업에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 한 위원 =올해 국내경제 전망도 수정이 불가피한 것이 아닌가. △ 정 전무 =테러라는 돌발요인이 일어난 만큼 경제성장률은 당초 기대보다 낮아질 것이다. 정부가 내수 진작책을 쓰더라도 연말까지 시간이 부족하다. 이런 추세라면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올 상반기 수준을 크게 넘어설 수 없을 것이다. 연간으로 2∼3% 수준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된다. △ 지 상무 =최근 일부 경제연구소에서 올해 우리 경제가 2%대의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지만 주류 의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전망이 힘을 얻게 됐다. 4.4분기부터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란 기존의 예측은 미국경제 회복을 전제로 한 것이었기 때문에 수정이 불가피하다. △ 한 위원 =이번 사태가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높다. △ 강 사장 =어차피 급속한 회복은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급락할 가능성이 높지만 예상보다 빨리 회복될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 약 20% 주가 하락이 예상된다. 문제는 본격적인 경기회복 국면이 상당기간 지연될 것이란 점이다. 또 국내증시가 미국증시에 연동돼 움직이던 현상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많이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한 위원 =국내 외환시장 움직임은 어떻게 예상하나. △ 지 상무 =달러화 약세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수개월간 중기적인 기조로 자리잡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그동안 환율 추세를 둘러싸고 상승과 하락 의견이 팽팽히 맞섰는데 이번 사건으로 하락쪽에 힘이 실릴 것이다. 그렇더라도 하락폭은 소폭에 그칠 것이다. 정부나 금융당국도 급격한 변화는 원치 않기 때문이다. 시장이 과잉반응해서 달러가치가 떨어지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달러를 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 한 위원 =앞으로 필요한 대책은. △ 정 전무 =시장에서 과도한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미리 손을 쓸 필요가 있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는 금리와 환율문제에 좀 더 신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경기부양에 초점을 맞춘 재정정책을 과감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 지 상무 =통화.재정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금리를 더 빨리 낮추든가 재정정책을 확대해야 내년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은 시장의 과잉반응을 줄여 시장을 안정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금융회사들은 달러중심의 외화 유동성 확보책을 마련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 강 사장 =주식 투자자들은 시장이 짧은 시간에 급격히 나빠진다고 해서 비관론에 빠져서는 안된다. 역사적으로 전쟁 등 비상사태가 일어날 경우 주가는 단기적으로 급락했다가 곧 회복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마추어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 때 프로 투자자는 사들인다는 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정리=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