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은행 대출창구에서 참 기이한 현상이 불거져 나왔다. 돈이 모자란다는 기업엔 좀체 대출해주지 않는 반면 돈이 필요 없다는 기업엔 제발 돈을 좀 빌려가라고 아우성이다. 첨단 보안장비업체인 네오시스트의 박좌규 사장은 지난 2주동안 한빛은행 등 4개 시중은행 지점장으로부터 돈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대출해 가라는 요청을 받았다. 대양바이오의 서정원 사장과 아이디어파크의 양웅섭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비해 성환특수금속 전상희 사장은 대출받으러 은행을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만 받았다고 입에 거품을 물었다. "은행에선 오직 신용보증서를 끊어오라는 얘기뿐이었다"고 항변했다. 이런 양극화 현상은 저금리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자금부족 기업에선 고금리로라도 급전을 빌려달라고 애걸하는데 은행측은 아무리 저금리로라도 떼이지 않을 기업에 돈줄을 대겠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은행측은 점점 더 금리가 낮은 상품을 내놓을 태세다. 이같은 저금리 현상이 심해질수록 자금난을 겪는 기업인은 더욱 돈가뭄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런 모순적 상황에서 자금부족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선 신용보증서 없이도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보증서 없이 대출할 수 있는 자금으론 먼저 수출금융을 들 수 있다. 이 돈은 담보가 없는 기업이라도 건당 15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업체들에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이 자금은 아직 3백50억원이나 남아돈다. 특히 LC DA DP 로컬LC 등 수출계약서만 확인되면 즉시 지원해준다. 금리도 연 5.9%로 무척이나 낮다. 이를 지원받으려면 중소기업진흥공단 지역본부나 수출보험공사에 신청하면 된다. 수출 관련 기업이라면 외화 자산유동화증권(CBO)을 활용하는 것도 지혜다. 이는 서울 을지로에 있는 동양종금(02-3708-0606)에 신청하면 된다. 2천만달러까지 조달할 수 있다. 이밖에 업체당 5천만원까지 빌려주는 소상공인 지원자금,5억원까지 대출해주는 기술사업화자금 등 14가지 정책자금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이들 자금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 일반 금융자금처럼 되고 말았다. 따라서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자금 문제를 순조롭게 해결하려면 중소기업청에서 실시중인 기술혁신기업(INNO-BIZ) 선정에 참여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아닌가 한다. 이노비즈에 선정되려면 중기청 홈페이지(www.smba.go.kr)에 들어가 이노비즈 평가표를 내려받아 스스로 자기 업체에 대해 점수를 매긴 뒤 신청하면 된다. 지금 돈이 모자라는 기업이라면 중기청 홈페이지나 한경닷컴 'INNO-BIZ 코리아'를 검색해보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