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최근 수수료를 잇따라 인상하고 있으나 제대로 원가산정도 못한 상태에서 가격만 올리고 있어 고객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9일 금융감독위원회 출입기자단과 가진 세미나(수수료체계의 선진화 방안)에서 "국내 은행들이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은 원가분석체계를 통해 천차만별의 수수료 원가를 내놓고 있어 신뢰성을 잃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 박사는 현재 자동화기기의 경우 은행별로 원가가 최저 41원부터 최고 1천8백4원까지 45배나 차이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공과금수납 원가는 은행별로 33.8배, 통장재발급 원가는 10.5배의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박사는 "국내 21개 은행중 11개 은행이 '활동기준 원가배분(ABC)' 방식을 채택해 수수료를 산정하고 있으나 은행별로 행원들의 활동량을 측정하는 방법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원가산정방식을 세분화하고 개선할 필요가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은행들은 모두 1백19종의 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작년의 경우 4조47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거둬 총수익대비 비중이 6.5%에 불과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또 이처럼 열악한 수익구조로 인해 지난 90∼99년 사이 국내 은행의 평균 ROA는 0.15%로 OECD 국가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