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결혼시즌이다. 결혼을 앞두고 빼놓을 수 없는 절차가 "함받기"다. 예전엔 이 함에 각종 예물과 함께 고추씨를 넣었다. 고추씨는 무병과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상징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고추씨 자리를 건강검진 진단서가 차지하고 있다. 결혼문화연구소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이혼 사유의 15%가 배우자의 질병 때문이다. 이에따라 최근엔 신랑의 건강진단서를 함에 넣어 보내면 함 받는 날 한자리에 모여 신부의 건강진단서와 교환해 보는 것이 유행이다. 결혼전 건강검진 진단서를 교환하는 것은 미래의 건강한 가정을 설계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정착돼 가는 모습이다. 혼전 건강검진 필수 항목 =결혼전 받아야 할 기본검사 항목은 배우자나 자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염성 질환인 B형간염, C형간염, 성병, 에이즈, 결핵 등이다. 혈액검사를 통해 풍진, 빈혈 여부 등도 확인해 봐야 한다. 또 소변 검사로는 방광염이나 신장질환, 당뇨병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이밖에 복부초음파검사로 자궁 근종, 자궁내막 증식증, 난소 낭종 여부를 확인해 추후 임신계획을 세울 때 참고할 수 있다. 최근 예비 신랑들의 성기능과 수태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사해 주는 속칭 "남성보증 검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남성클리닉도 속속 생겨나 예비 신랑들이 정상적인 남성 능력을 공증받는 진풍경도 연출되고 있다. 이같은 건강검진에 드는 비용(삼성서울병원 기준)은 남성 20만원, 여성 30만원 선이다. 검진에 걸리는 시간은 2시간 가량. 결과는 검진 1주일 뒤 병원에 가서 확인하거나 우편으로 받아볼 수 있다. 요즘 결혼정보회사나 병원측에서 선보이고 있는 선물용 "결혼전 건강검진 할인쿠폰"을 이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다. 한방 건강검진도 인기 =한방에서 건강검진을 받는 예비부부도 늘고 있다. 한방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결혼전 건강검진으로는 식생활 검사에서부터 시작하는 사상체질검사 인체의 통증이나 질병부위의 미세한 체열 변화를 체크해 이상 유무를 판별하는 DITI(적외선 체열영상진단기) 검사 겉으로 나타나지 않는 질병 및 신체의 이상 유무를 파악하는 VEGA(생기능자율반응검사) 등이 있다. 피를 뽑아 간염 빈혈 성병 등을 체크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울러 경락기능검사 등으로 몸 전체 기(氣)의 흐름을 알아보기도 한다. 한방에서 권하는 자가 건강체크 요령 =예비신부의 경우 생리상태를 스스로 검진해 보는 것이 필수다. 생리는 여성의 건강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평소에 생리가 불규칙하거나 생리통이 심하고 손발이 차가운 여성은 결혼전 건강검진을 받아보는게 좋다. 예비 신랑도 역시 하체기능을 스스로 진단해 보는게 좋다. 잠을 자고나도 피곤이 풀리지 않거나 평소 땀이 많고 소변을 자주 보는 사람은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변의 양이 적고 색깔이 탁하거나 허리가 무겁고 오후만 되면 열이 오르는 등의 증세가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특히 결혼준비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 친구들과 잦은 모임으로 인한 과음 등은 예비 신랑.신부들의 건강을 해치는 주 원인이라며 결혼전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건강한 신혼을 맞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 도움말 =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02)3410-1000 세란병원 내과 이종경 부장 (02)737-0181 자생한방병원 신준식 원장 (02)3218-2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