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근엄한 표정의 기사가 말한다. "당신이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라고 들었건만" 공주 얼굴에 표독함이 번진다. "그럼 아니란 말인가욧?" 기사가 느끼하게 말한다. "오오,무슨소리,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란 뜻이오" 공주 표정이 당장 흐물거린다. 둘이 주고받는 은근한 눈길에선 금방이라도 "하트"가 피어오를 듯 하다. 15일 개봉될 액션 어드벤처 "저스트 비지팅"(Just Visiting.15일 개봉)은 그 시작머리에서부터 "오버 액션 코미디"임을 공포한다. 끝까지 변치 않는다. 피식 웃음을 흘리게 하는 과장과 정신없이 터뜨려대는 시끌벅적한 소동이 영화의 주조다. "저스트 비지팅"은 90년대초 프랑스에서 최고 흥행을 기록했던 코미디 "비지터""비지터2"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작품."나홀로 집에"의 제작자 존 휴즈가 각본을 썼고 오리지널을 만들었던 감독(장 마리 프와레)과 주연배우(장 르노.크리스티앙 클라비에)들을 그대로 기용해 만들었다. 중세의 기사가 현대에 나타나 좌충우돌 소동을 벌인다는 원 이야기를 기둥으로 삼되,그 무대를 미국 시카고로 옮겼다. 12세기 중세 프랑스의 기사 티보와 충복 앙드레는 방금 21세기 미국 시카고 한복판에 떨어졌다. 사연은 이러하다. 영국 공주 로잘린(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과 결혼을 앞두고 있던 티보는 악한 백작의 음모로 마술에 걸려 공주를 칼로 찔러 죽이고 만다. 사형집행을 앞둔 그는 공주를 되살리기 위해 착한 마법사의 도움을 얻어 시간을 거꾸로 돌리기로 한다. 과거로 돌아가는 마법의 약물을 마신 그가 깨어난 곳은 난데없이 2000년 시카고 박물관.마법사의 건망증이 문제다. 실수로 중요한 약물을 빼놓고 말았던 것.시카고에는 자신의 까마득한 후손인 줄리아가 살고 있다. 로잘린과 꼭 닮은 줄리아는 바람둥이 약혼자가 자신의 유산을 가로채려는 음모를 꾸미는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다. 과연 티보는 로잘린을 정신차리게 하고 자신의 시대로 돌아가 약혼녀를 살릴 수 있을까? 답이야 당연히 "예스"다. 익숙한 얼개와 예측가능한 해프닝속에서 얻을 재미는 12세기 인물들의 눈에 비친 낯선 현재다. 익숙한 것들의 "낯설게 하기"는 색다른 즐거움이다. "낮밤"을 맘대로 바꿀수 있는 놀라운 힘(전기)이나,집안에서 샘솟는 옹달샘(변기),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쇠마차(자동차)..괴상하기 이를데 없는 물건들의 틈바구니에서 엉뚱한 소동을 일으켜대는 현대판 돈키호테 및 산초격인 장 르노와 크리스티앙 클라비에 콤비는 충분히 웃음을 안긴다. 원작에서 맛봤던 맛깔난 유머는 많이 퇴색한 대신 스케일이 "미국산"답게 커졌고 SF영화같은 특수효과도 할리우드 냄새가 물씬 난다. 영국의 고성(高城)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파티,1백50여벌의 중세의상과 6백여명에 이르는 엑스트라,12세기와 21세기를 오가는 스펙터클한 영상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좀 과하다 싶은 "오버"에 눈감을 수 있다면 꽤 유쾌하게 즐길만한 코미디.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