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노믹스'가 중대 국면을 맞게 됐다.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 민주당이 '소여(小與)'로 전락한 정치권 역학의 변화는 경제분야에도 크고 작은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제개편 방안 등 당장 정부가 국회에 제출해야 할 다양한 경기대책 등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재벌 성향의 규제위주 경제정책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진보적 노선의 'DJ노믹스'는 진작부터 경기침체라는 암초와 조우해 있는데다 정치권의 격변에 따라 강력하고 보수적인 야권과 맞부딪치면서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사회주의 논쟁의 재연 등 경제 분야에서 파열음이 들릴 가능성도 커졌다. 당장 지난 3일 발표된 올해 세제개편안이 국회에서 완전히 뒤집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제2차 추경예산 등 새로운 경기부양책이 출현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공공.노사.기업.금융 등 4대 부문에 걸쳐 정부가 추진해온 '개혁 드라이브'에도 어떤 형태로든 수정이 뒤따를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정부와 재계에 첨예한 대립각을 형성시켰던 대기업 관련 규제정책이 어떻게 손질될지가 관심거리다. 정부.여당은 야당과 재계의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집단 지정과 출자총액제한 등 핵심적인 대기업 규제를 완강하게 고수해 왔다.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국내적 잣대'로 기업의 덩치를 따져 손발을 묶어서는 안된다는 호소는 집단소송제도 도입 등 기업들을 한층 더 얽어매는 새 규제의 도입으로 되돌아왔다. 공교롭게도 대기업들에 대한 강성 규제정책이 야기한 폐해의 심각성이 4일 경제차관 간담회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 및 출자총액제한 제도에 따라 30대 그룹이 당장 차질을 빚고 있는 신규 및 구조조정 투자만 5조원에 이르고 출자한도 초과분을 급히 해소해야 하는 과정에서 4조5천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것. 정부 자체 조사에서도 이런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여소야대 상황에서 이들 경제규제에 대한 대폭적인 수술이 뒤따를 가능성은 그만큼 커졌다. 공기업 민영화 등 공공개혁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전제로 한 노사개혁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도 주목된다. 대우자동차와 현대투신 서울은행과 대한생명 등 부실기업 매각과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영정상화 등 구조조정 현안의 마무리 과정에 어떤 변수가 돌출할지도 지켜봐야 하게 됐다. 국회 소수당으로 전락한 정부·여당이 사사건건 야당에 발목을 잡히는 것은 가뜩이나 장기 불황국면에 빠져 있는 우리 경제를 한층 더 불안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송병락 서울대 교수)는 지적도 많다. 국회의 다수당으로 칼자루를 쥐게 된 야당이 보다 책임감을 갖고 정부에 협조할 것은 과감하게 협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적지 않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정부는 임기가 1년 반밖에 남지 않은 만큼 야당과의 긴밀한 대화 속에서 그동안의 개혁작업을 내실 있게 마무리짓는데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이학영 기자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