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처리방향에 대해 채권은행간 이견이 잇따라 노출되면서 이 업체의 회생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31일 금융계에 따르면 주요 채권은행장들이 하이닉스 처리방향과 관련 현재 마련된 지원방안이 미흡한데다 하이닉스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는데는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지만 속내는 약간씩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회생판단이 설 경우 지원에 동참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포기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합창하면서도 신규지원 여부, 현 방안 유지 등 각론에 있어서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책은행이나 공적자금이 투입돼 정부의 입김이 미치는 은행들은 신규자금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일반 시중은행들은 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3일 열릴 채권은행대표자회의의 귀추가 주목된다. 정건용 산업은행 총재는 지난 29일 기자들과 만나 "하이닉스의 사업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는 신규 지원을 할 수 없다"며 "채권단이 수긍하고 납득할 수 있을 만한 방안이 나와야하며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렇게 해야한다"고 말해 신규자금투입을 강하게 암시했다. 이덕훈 한빛은행장도 '우리금융그룹' 회장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하이닉스가 회생 가능하다는 판단이 설 경우 신규자금지원을 아끼진 않겠다"며 "하이닉스가 생존하기 위해선 채권단의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 역시 신규지원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인호 신한은행장은 '신한금융지주사' 출범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회생가능성을 확인하지 않은채 추가지원하는 것은 부실만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이닉스 여신 3천800억원에 대한 조정은 가능하다"며 "하이닉스가 법정관리로 가지 않아도 현재 대손충당금 비율 19%를 연말까지 50%로 높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사 회장도 "하이닉스에 대해 신규자금지원을 하기보다는 기존 채권을 포기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지부진한 지원을 이어나가는 것은 서로의 부실만 키우는 결과를 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위성복 조흥은행장은 "하이닉스에 대한 총론은 살리자는 것이지만 각론인 지원방안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며 "지원방안에 대한 의구심이 표출되며 총론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위 행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채권은행들은 살로먼스미스바니가 하이닉스를 어떻게 분석했는지를 살펴보고 실사여부, 분석자료 출처, 지원방안 도출 근거 등을 자세히 물어본뒤 지원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채권은행으로서는 추가지원이 들어가도 손해를 가늠할 방법이 없는만큼 SSB의 설명을 듣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진념 부총리는 이날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권단이 하이닉스가 회생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지원하지만 반도체 경기와 가격전망이 불투명해 임기응변식 대처로는 곤란하다고 본다면 다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해 채권은행의 판단에 따라 하이닉스의 운명이 결정될 것임을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기자 jamin74@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