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리더와의 대화] 김기환 <삼성투신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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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환 삼성투신운용 상무(주식운용본부장)는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쥐락펴락했던 지난해와 올해를 겪으면서 자신의 투자관을 완전히 바꾼 사람이다.
과거에는 조지 소로스처럼 거시경제나 증시 전체를 분석한 뒤 종목을 고르는 톱다운 방식이었으나 이제는 워런 버핏처럼 철저히 개별종목에 천착하는 바텀 업 방식으로 투자관을 바꿨다.
증시가 극도의 혼조장세를 보이는 요즘 김 상무가 투자자들에게 던지는 한마디에도 이런 신념이 담겨있다.
"지수등락에 연연하는 단타는 금물입니다.
'이 종목이다'할만한 주식을 들고 봄을 기다립시요"
-미국 다우지수 10,000선과 나스닥지수 1,800선이 깨지는 등 세계 증시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데 어떻게 진단하나.
"미국 증시가 폭락한 표면적인 이유는 기업들의 실적악화 경고 때문이지만 그 이면에는 소비 감소에 대한 우려가 짙게 배어 있다.
소비자신뢰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서고 실업률이 올라가자 미국 투자자들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월가의 현재 분위기는 빛이 안보이는 아주 '암울한(gloomy)' 상황이다"
-패닉(공황)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데 그럴 가능성은.
"현 단계에서 미국 경기의 바닥을 논하기는 이르며 미국 경기 악화가 언제 마무리될지도 알 수 없다.
소비지표를 보고 '으악'하는 소리가 한번 나야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일단 올해는 힘들 것 같다.
펀더멘털상 이렇다할 계기가 안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비(非) IT(정보기술)산업의 재고순환이 회복 국면에 접어든데다 IT산업에서도 재고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대목은 좋은 징조다.
반도체 주문출하비율(BB ratio)도 3개월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IT 분야의 재고조정이 막바지 단계에 들어가는 내년 상반기 말께면 빛이 보일 것이다"
-국내 증시도 그때까지는 돌파구가 없다는 얘기인가.
"미국 증시와 맥을 같이할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이 연초부터 경기 회복 기대감에 하도 속은 나머지 이제는 주가의 선행기능이 거의 사라진 상황이다.
하이닉스반도체 문제도 증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 증시가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대폭락 사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500선 붕괴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렇게까지는 보지 않는다.
우리 증시는 연초부터 지금까지 500∼630선의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보이는 하방경직성(하락 압력을 견뎌냄) 또한 뚜렷하다.
지난해 큰 폭의 하락을 경험했다는 사실과 함께 이렇다할 매도 주체도 없기 때문이다.
올해는 이 지수대에서 맴도는 형국이 지속될 것이다"
-이같은 혼조장세에서 투자자들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지수에 너무 연연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한국 증시의 하락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작지만 그렇다고 상승 가능성이 높은 것도 아니다.
이럴 때는 기업가치가 우수한 종목을 중심으로 '바이 앤드 홀드(매수·보유)' 전략을 취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하이닉스 같은 종목에 단타를 치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가 있다.
지금은 인내심을 갖고 펀더멘털상의 호전을 기다리는 장세다"
-난세를 헤쳐나갈 수 있는 종목으로 무엇을 꼽고 있나.
"우선 저금리시대를 맞아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에 관심이 간다.
한국담배인삼공사가 대표적이다.
또 현대차우선주 LG전자우선주 LG상사 풍산 현대미포조선 S-Oil 등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실적이 좋은 저PER주로 두산중공업 삼영열기 등을 꼽을 수 있다"
글=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