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중국 '도약'과 한국의 '기회'..안세영 <서강대 교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안세영 < 서강대 국제통상 교수 >
지난 천년 중국은 두번의 기회를 놓쳤다.
15세기 초 정화제독이 이끄는 명나라 함대는 아프리카 동부까지 진출해 몸바사의 사절단을 베이징까지 데려올 정도였다.
이때 포르투갈 함대는 겨우 서부 사하라 해안에서 얼씬거렸으니 중국 함대가 내친 김에 희망봉을 돌았다면,동·서양사는 뒤바뀌었을 것이다.
두번째 중국의 기회는 1960년대에 찾아왔다.
그 당시 공산품을 수출하는 개도국이 한국 홍콩 등 딱 다섯나라였으니,만약 주자파 덩샤오핑이 실각하지 않고 개방정책을 폈더라면 한국은 날아 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제 새 천년을 맞아 세번째 기회를 잡고자 용트림하는 중국을 놓고 황색공포(?)가 번지고 있다.
중국이 앞으로 20년간 연 8%의 성장을 해나가면 미국까지 앞지르게 되니,한국경제는 설 땅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황화(黃華)열기에 휘말린 단순계산이다.
'사회주의 몸통에 자본주의 모자'를 쓴 기묘한 모습의 중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마의 장벽이 있다.
첫째,중국은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
민주국가에서 지역간 소득 격차가 두세배만 나도 한나라로 유지될 수 없다.
연안과 중서부내륙의 열배가 넘는 격차를 가진 중국이 건재한 것은 아직도 국민의 거주이전과 알 권리가 제한된 사회주의 체제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지역격차를 해결하는 방법은 내륙지역까지 외국인투자를 끌어들이는 것인데,낙후된 인프라 등을 고려할 때 투자매력을 찾기 힘들다.
또 개방·개혁정책이 종국에는 민주화와 시민의식 함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데,상대적 빈곤에 불만을 느낀 계층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다면,88올림픽 후 우리의 경험에서 보듯이 이의 성장파괴력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둘째,WTO 가입 이후 중국은 세계무역의 무임승차에서 국제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자유무역국으로의 변신을 강요당할 것이다.
한국을 비롯해 동남아국가가 느끼는 위협은 중국이 '푸둥(浦東)에서 값비싼 정보통신제품을,구이저우성(貴州省)에서 싸구려 신발을 만들어 수출하기 시작'하면 이들 나라는 내다 팔 물건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자유무역체제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것이기에 주변국과의 공생을 위해 중국은 앞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만만디 이상의 빠른 속도'로 개방을 해야 한다.
당연히 이는 국내적으로 구조조정에 따른 강한 저항을 유발하고,만약 이를 의식해 개방을 미루면 대외적으로 끓임 없는 통상마찰에 시달려야 하는 안팎의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셋째,중국 고도성장의 견인차는 대 아시아 외국인투자의 반 이상을 독식하는 힘인데,자본주의 역사는 '외국자본에만 매달려 경제대국이 된 나라는 없다'는 교훈을 말해주고 있다.
중남미국가의 경험에서 보듯 초기에는 다국적기업이 상당히 산업화에 기여하나,일정 발전단계,즉 최적 외국자본진출점 이후부터는 사정이 달라진다.
중국의 두번째 실기(失機)가 우리의 기회였다면,세번째 도전은 우리의 위기일까 기회일까? 물론 위기의 일면도 많겠지만 중국이 국제무역의 공정한 플레이어로서 행동한다면 우리에겐 분명 기회다.
이점에서 볼 때 우리의 통상전략은 미·일·중 3국간 역학관계를 이용한 '중국과 손잡기'와 '중국 때리기'의 양면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후자의 방법은 간단하다.
미국이 우리에게 해 온 바로 그 방식으로 중국에게 하는 것이다.
중국의 제도와 관행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도록 하며 개방론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 미국 일본과 공동전선을 구축해야 하는 데,그 첫걸음은 이들 두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또 13억의 중국이 눈을 뜬 이상 우리경제가 살길은 하루빨리 압축형 산업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비교우위가 없는 산업은 과감히 버리고,절대비교우위가 있는 알짜 산업을 특화해 거대한 중국시장을 노려야 한다.
이 점에서 강대국 사이에서 소수의 중간재와 일류상품에 압축 특화하는 벨기에와 스위스의 전략을 배울 필요가 있다.
syahn@ccs.sogang.ac.kr
..............................................................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