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가들은 작가의 작품을 분석하거나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해 낸다. 작가와 독자 사이에 비평이란 징검다리를 놓는 것이다. 그러나 그 징검다리를 일반 독자들이 건너는 것은 여전히 벅차다. 작가와 독자가 좀더 적극적이고 정확하게 만날 수 있는 '견고한 다리'가 필요하다. 논픽션 '우리가 만난 작가들'(김광일 지음,현대문학북스)은 이 점에 주목한 글이다. 이 책은 문학담당 기자인 저자가 많은 문인들을 접한 후 그들의 개인적이고도 내밀한 문학적 고백과 자연스러운 일상을 담은 일종의 취재기다. 그는 이 책에서 "초고주파수나 초저주파수로 송출된 작가의 음성을 가청 음역대로 끌어 들이고 적외선과 자외선으로 묘사된 화폭을 총 천연색으로 바꿔놓는" 소임을 다한다. 그 대상은 공선옥 박성원 배수아 법정 은희경 조경란 최인호 한강 등 16명의 작가들이다. 작가들의 집에서 함께 식사를 하거나 허름한 식당에서 술을 마시며 솔직한 인터뷰를 시도했다. 그는 공선옥에 대해 "여수로 내려가 그녀를 만났을 때의 첫 느낌은 전혀 꾸밈이 없는 여인"이었다고 말한다. 당당하게 살아온 가난한 사람들을 볼 때 마다 그 삶이 어떤 메시지를 응축하고 있는 것만 같아 그 앞에서 주눅이 들기도 한다고 고백한다. '미래에서 현재로 튕겨져 온 터미네이터' 배수아가 두드리는 전자 키보드와 헤비메탈 음악,봉천동 옥탑방에서 문학의 여름을 기다리고 있는 조경란,오드리 헵번을 닮았다는 이유로 영화배우로 나설 계획이라는 하성란,자신이 차려놓은 다과상 앞에서 '글쓰기가 나의 존재하는 방식'이라고 토로하는 한강,리얼리즘 문학의 가치를 호탕하게 쏟아내는 황석영…. 그리고 법정 스님의 한 마디. "나뭇등걸이 질겨 열 번 찍어도 안되더니만 열 두번을 찍으니까 뽀개지더군. 나도 모진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디다. 하지만 혼자 사는 수행자는 그런 기상도 있어야 합니다" 문학고백뿐 아니라 인간적 고민까지 담담히 받아내고 있다. 한영희 사진기자가 포착한 작가들의 포장되지 않은 일상도 눈길을 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