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레이더 '가슴앓이'..지루한 횡보場 고점에 물리고 수익은 안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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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에 빠진 기분입니다"
올해 한화증권 6회 수익률게임에서 1위를 차지했던 김기수(29)씨.'주식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김씨는 그동안 매월 1천만원의 수익을 무난히 올렸지만 지난달 예상치 못한 손실을 입으면서 한달 이상의 슬럼프에 빠져있다.
김씨는 지난달 중순에 대한화재의 M&A(기업인수합병)정보를 입수,5천만원어치를 저가매수했다.
하지만 주가는 제자리 걸음이었다.
'M&A가 물건너간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무렵 종합지수가 510선으로 주저앉자 서둘러 주식을 처분해 버렸다.
그러나 주가는 이후 이틀연속 상한가로 치솟아 김씨는 평상심을 잃게 됐다.
한화증권 등 이후 매수하는 종목마다 파는 시점이 연중저점을 기록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돼 결국 수백만원을 날려버렸다.
20년간 공무원생활을 접고 지난 6월 데이트레이더로 변신한 강모(47)씨도 망연자실한 상태다.
50여일만에 원금 1억원의 30%에 달하는 3천여만원을 잃었다.
실전투자에 앞서 주식투자관련 서적을 여러권 읽었지만 강씨는 침체장에서 어쩔 수없는 손절매를 거듭한 끝에 적지 않은 손실을 입었다.
강씨는 이제 짧은 데이트레이드 생활을 접고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데이트레이더들이 설 땅을 잃고 있다.
시장이 좀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시장의 변동성마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문닫는 사이버영업소=이러다보니 증권사들의 사이버영업소도 속속 개점휴업상태에 들어가고 있다.
22일 오전9시에 기자가 만난 LG투자증권 목동지점 허주상 부장은 "절간이 따로 없다"고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
전용컴퓨터 9대가 마련된 데이트레이더 전용룸에는 투자자 한명이 컴퓨터를 켜놓고 있다가 머쓱했던지 10여분 뒤 방을 나갔다.
같은 건물 2층에 자리잡은 대신증권 사이버영업소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33개 좌석가운데 25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그나마 나은 정도였다.
하지만 절반은 컴퓨터만 켜놓은 채 팔짱을 끼고 앉았거나 의자에 머리를 기댄채 잠을 자고 있었다.
KGI증권 등 중소형증권사들이 운영하는 사이버영업소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에 따라 교보증권이 21개 사이버영업소를 지점으로 전환한 것을 증권사들이 잇따라 사이버영업소를 줄이고 있다.
◇수익률이 줄고 있다=대신증권 목동사이버영업소 김희중 소장은 "장이 좋을 때 한달평균 80% 이상의 수익률을 냈던 전업 데이트레이더들도 요즘에는 수익률이 마이너스 5%면 최상의 성적"이라고 귀띔했다.
전문 데이트레이더들의 수익률이 이처럼 줄어든 것은 시장의 변동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업 트레이더인 박모(44)씨는 "시장이 얼어붙은듯 변화가 없는 게 가장 견디기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LG증권 목동지점 허 부장은 "시장에 남은 투자자들이 제한된 돈으로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오가며 수익률게임에 치중하는 '패자부활전'이 벌어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데이트레이드 전문사이트인 나눔트레이드 송만철 사장은 "신규자금이 유입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코스닥시장은 신규등록물량이 꾸준히 늘고 있어 종목움직임은 갈수록 둔화되면서 데이트레이더들의 수익률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침체장 살아남기=데이트레이드 고수들은 침체장에서 무리한 매매를 삼가하고 한 종목을 발굴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을 권했다.
올해 한화증권 5회 수익률게임에서 대학생부 우승을 차지한 이창현씨는 "급등하는 종목은 오르기에 앞서 항상 투자자들에게 힌트를 준다"며 "이러한 '특이종목'을 찾는 게 그나마 수익률을 낼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한국디지탈라인의 21일 상한가는 조금만 신경쓰면 예측할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영업이 이뤄지지 않던 기업이 지난 20일 공급계약을 공시했던 것이 '힌트'였다는 얘기다.
지난주 대량의 자전거래가 이뤄진 휴먼이노텍도 지난 21일 장시작과 함께 하한가에 2백만주가 쌓여 암시를 줬다는 해석이다.
휴먼이노텍은 22일 하한가에 시작해 3% 상승세로 마감됐다.
실적주발굴에 뛰어난 김기수씨는 "약세장일수록 기업실적과 배당에 관심을 가지라"며 정석투자를 권했다.
당장 매매를 하지않더라도 꾸준히 공시나 예상실적발표를 메모해두면 언젠가 수익으로 연결될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배당실적이 뛰어난 빙그레나 제지주들을 노려볼 만하다고 추천했다.
송 사장은 "사자나 독수리들이 먹이사냥에 쏟는 것과 같은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무리한 매매보다는 쉬면서 종목을 분석하는 끈기를 가질 것을 당부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