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ABS의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가전제품 등 소비재의 패션화 경향에 맞춰 제품을 공급하면 매출은 얼마든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LG화학 이상규 기능수지사업본부장(부사장)은 "최종 소비제품의 유행에 따라 투명ABS도 각광을 받고 있다"고 강조한다. 고부가가치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니치(틈새)마켓을 발굴해 수요를 창출해 나가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다양한 용도를 새로 개발하기 위해선 기술 향상과 함께 소비자들의 취향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지금도 연구소와 기술지원팀에서 연구개발(R&D)에 매달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LG화학이 투명ABS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이다. 당시 일본의 한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기술을 1억원에 사들인 게 출발점이다. 물론 이 사업이 처음부터 잘 나갔던 것은 아니다. 컴퓨터나 전화기 등의 외장재(케이스)로 쓰이는 제품을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발상도 튀는 내용이었지만 무엇보다 기술 자체가 불안정했던 탓이다. 기초 기술은 들여왔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만족스럽게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는 여간 힘들지 않았다고 이 부사장은 털어놓았다. 그러기를 7∼8년.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결과 98년 품질을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때마침 국내에서도 전화기를 중심으로 속이 들여다 보이는 투명제품이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이 부사장은 "공교롭게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초기의 화두였던 '투명경영'이 투명ABS 돌풍을 몰고올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반 유리처럼 투명한 제품도 소비자들에게 호응받았지만 셀로판 종이를 붙인 것처럼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등의 색상이 들어간 제품들이 신세대를 비롯한 젊은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상용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 정도로 품질 개선에 성공한 시기에 이같은 유행이 다가온 것은 그야말로 행운이었다. 그래봐야 당시 회사의 생산능력은 연간 3천t에 불과했다. 전남 여천산업단지 안에 있는 투명ABS 공장 증설에 나선 것은 당연한 일. 작년 초까지 연산능력을 1만2천t으로 끌어올렸다. 곧이어 증설작업과 함께 기존 범용ABS 생산라인을 투명ABS 전용라인으로 바꾸는 작업에 들어가 지난 6월 말에는 연산 2만t 규모의 전용시설을 갖추게 됐다. LG화학은 여천공장은 물론 중국 공장의 대대적인 증설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이 제품은 국내에서만 생산할 계획이다. 이 부사장은 "그동안 전화기 케이스처럼 구부러진 모양을 만들어내는 사출품을 생산하는데 주력했지만 이제는 판 형태로 찍어내는 압출품을 만드는 데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