超미세기술 도전 '나노벤처'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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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기술"로 떠오른 나노 기술에 도전하는 벤처기업들이 한국에서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10억분의 1m라는 극미세 단위인 나노미터(nm) 크기의 물질을 제어하는 최첨단 분야에서 연구개발에 전력하고,성과물까지 발표하는 벤처
기업이 나오고 있다.
나노 소재 개발업체인 나노넥스(대표 차수현)는 니켈 은 금 알루미늄 등을 파우더로 만드는 기술을 연초에 개발했다.
현재 실버파우더 등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중이다.
가을께 생산 설비를 완공해 나노 파우더 제품을 시판할 계획이다.
차수현 대표는 "금속 파우더의 경우엔 단단한 금속을 잘게 부숴 치약과 같은 상태로 만들어 놓은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나노기술을 통해 초미립자로 만들어진 소재는 산업 분야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실버 파우더는 전자산업에서 고급 부품인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의 전극제로 사용된다.
나노넥스는 러시아 국립과학원의 시베리아분원(ISSCM)과 나노기술에 대한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또 다른 나노 소재 관련 업체로 나노(대표 신동우)가 있다.
이 벤처기업은 나노기술이 응용된 초미립 원료인 TiO2(이산화티타늄)를 양산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생산능력은 연간 6백t이다.
나노 관계자는 "TiO2 미세분말은 강한 산화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 '나노 분말'은 산화력으로 공기나 물의 유기 오염물질을 인체에 해가 안되는 무해 물질로 분해시켜 주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공기 정화와 오폐수 처리에 사용될 수 있다.
PSIA(주)는 나노기술에 필요한 핵심 장비인 원자현미경(속칭 나노현미경)을 공급하는 회사다.
나노기술이 뜨면서 자동적으로 유망 벤처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PSIA의 박상일 대표는 물리학자 출신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연구원 생활을 할 때인 1980년대초 원자현미경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어 미국에서 원자현미경을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하다 지난 97년 한국에도 기업체(PSIA)를 세운 것이다.
이 벤처기업은 제품 중 AFM(원자현미경의 일종)을 세계 최초로 LCD(액정표시장치) 라인에 적용해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부산에 있는 벤처기업인 나노텍세라믹스(대표 정상옥)는 지난 9일 나노 산업에서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는 초미세 분쇄기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나노펙스 밀'로 명명된 이 초미세 분쇄기는 무기질 재료에 대해 물질을 잘게 부수는 촉매 역할을 하는 분쇄 매체(전문용어로 미디어)를 섞어 상호 충돌시켜 1백∼2백 나노미터급의 입자를 얻을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에스이오(대표 박장호)도 나노 분야에서 중요한 측정 장비를 개발한 회사다.
이 벤처기업은 최근 접촉각 측정 분석기라는 제품을 개발해 일반인들에게 선보였다.
접촉각 측정 분석기는 분석 대상의 표면에 고착된 액체의 물방울 모양을 특수 장비인 CCD(고체촬상소자) 카메라로 촬영하고 디지털 이미지를 통해 분석하는 첨단 장비다.
이 장비는 반도체웨이퍼 LCD PDP등의 표면처리 분석과 같은 제조업 분야는 물론 의학 화학 등에서도 쓰임새가 광범위하다고.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나노기술 개발에 정책자금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어 나노 벤처를 표방하는 소기업들이 증가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략적으로 나노 벤처를 표방하는 기업수가 20개사를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무늬만 나노'에 대한 우려도 서서히 제기되고 있다.
정부 정책자금을 쉽게 끌어들이기 위해 나노기술을 필요 이상으로 강조하거나 아니면 아예 나노기술 벤처로 사칭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나노기술에 대한 이해가 난해하고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것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기업 내용의 옥석을 가리기가 힘든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정부지원 사업단인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의 손권중 사무국장은 "나노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지만 사업화로 성공할 만큼 탄탄한 기술력을 가진 업체는 극소수"라고 말했다.
손 사무국장은 "한국에서 나노 벤처가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하려면 3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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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설명 ]
나노기술 = 나노기술(Nano Technology.NT)이란 나노미터(nm.10억분의 1m) 크기의 물질을 제어하는 기술을 뜻한다.
1nm는 머리카락 두께와 비교해 10만분의 1크기도 안된다.
몇개의 원자 또는 분자 단위를 조작하는 초미세 기술로 생각하면 된다.
당연히 나노기술은 기존의 일반 기술로는 불가능하고 새로운 개념과 첨단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도 개발경쟁이 치열한 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