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시장을 찾기에 혈안이 된 미국기업들이 요즘 많은 관심을 두는 곳이 하나 있다. 남성끼리(게이) 혹은 여성끼리(레즈비언) 가정을 이루며 사는 이른바 '동성애자 시장'이다. 아직은 '가까이 하기엔 조금 먼' 시장으로 생각하는 기업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적지않은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동성애자들에 대해 그동안 도덕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해오던 언론들도 최근에는 상업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가져오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보다도 이들의 급증하는 숫자.최근 발표된 인구조사결과를 보면 동성애자 가정은 10년 전에 비해 무려 세배 늘었다.현재까지 발표된 42개주만 합산해도 무려 47만2천3백가구가 동성애자 가정이다. 이는 미국 전체가구수의 0.58%. 차별을 두려워해 밝히지 않은 사람들을 감안하면 1%선에 육박할지도 모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는 다양하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편안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전용 리조트,게이들을 위한 대리모 서비스,6백~2천달러만 주면 주례를 맡는 성직자부터 호텔예약 꽃장만까지 결혼식에 들어가는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결혼 이벤트회사,두명의 신랑이 함께 장식된 케이크 등 이들만을 위한 선물용품업체 등 사업종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맞벌이 게이커플의 공동 집구매나 주식투자 등 민감한 금융문제를 상담해주는 특별코너를 만드는 은행들도 나오고 있다. 대기업들도 이 시장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다. 사브자동차 카르티에 프루덴셜증권 등이 게이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광고를 하고 있다. 시애틀의 세이프코란 보험회사는 맞벌이 게이 가정을 가장 수익성이 높은 시장으로 보고 이들에게 일반 정상가정과 똑같은 혜택을 부여하고 있을 정도다. "동성애자 가정의 증가가 유행을 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 많은 광고주들이 이미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게이 부모들을 위한 잡지인 '앤드 베이비'의 미셜 다린 발행인)는 말은 앞으로 게이 비즈니스가 성장산업중 하나일 것임을 예고해준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