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의 '이슈탐구'] '감세냐...추경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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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의 경기조절 방식을 놓고 여.야.정이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우리 경제의 금년도 성장률이 3%대에 머물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자 재정을 활용해 경기부양에 나서야 한다는데는 대체로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
문제는 방법론인데 정부.여당이 재정에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려는데 대해 야당은 아예 세금을 덜 거두는 것이 낫다며 맞서고 있다.
이처럼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이며, 어느 방식이 경기부양에 유리한가.
정부.여당이 감세보다는 재정지출 확대를 주장하는 이유는 이렇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5조5백억원 규모의 추경은 지난해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을 재원으로 하고 있어 재정건전화에 역행하지 않으면서도 경기부양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자체에 내려갈 3조5천억원은 경기부양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비해 감세는 2003년 균형재정 달성에 걸림돌이 될 뿐아니라 경기부양 효과도 미미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다만 경기부양 차원이 아닌 서민 및 중소기업자들의 세부담 경감차원에서 소규모 감세는 정기국회에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야당은 추경에 반대하면서 소득세와 법인세 위주로 5조원 규모의 감세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추경을 통한 1회성 지출 확대로는 경기부양에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감세를 통한 민간부문 활력 회복이 경기진작에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회에 제출돼 있는 추경안 5조원의 대부분은 지자체 건강보험공단 등이 빚 갚는데 쓰도록 돼 있어 경기부양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는 정부가 추경을 통해 내년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지출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경기부양 측면에서만 본다면 추경은 지난해 쓰고 남은 돈을 푼다는 의미에서도 그렇고 지출효과면에서도 감세보다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5조원 규모의 추경만으로는 세수 호조로 재정에서 돈을 계속 빨아들여 경기 위축을 가속화시키는 것을 방지할 수 없다.
따라서 당장의 경기부양을 위해서 추경도 필요하고, 앞으로의 경기위축 방지를 위해서는 감세도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외환위기 이후 눈덩이처럼 빚이 불어나 있는 우리 재정 형편상 추경도 하고 감세도 할 여력이 있느냐는 점이다.
추경의 경우 돈이 마련돼 있는 상황이어서 빚 갚는데 사용하는 것만은 못하겠으나 국채발행 없이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재정악화 요인이라 할 수는 없다.
문제는 감세인데 어떻게 하면 과세기반 약화를 최소화 하느냐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소득세 법인세 등 직접세의 세율은 한번 내리면 되올리기가 힘들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과세기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탄력세율 조정을 통한 감세를 고려해봄직하다.
탄력세율이란 세법에서 경기상황 등을 감안해 세율을 일정 범위내에서 가감할 수 있도록 정부에 위임돼 있는 제도다.
현재 교통세 특소세 양도세 등에서 기본세율의 30% 범위내에서 신축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현재 경기가 최악이므로 세율을 낮췄다가 경기가 회복될 경우 이를 원상회복할 수 있어 과세기반 약화를 방지할 수 있다.
금년 예산에 교통세 10조7천억원, 특소세가 3조원이 계상돼 있어 30%를 감면할 경우 약 4조원의 감세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밖에도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이자소득세를 경감하는 문제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1년 정기예금 금리가 4%대에 불과한데도 30%에 가까운 세금을 물린다는 것은 누가 봐도 과중하다.
세금을 제할 경우 물가상승분에도 못미치는 이자를 손에 쥐게 되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리의 하향 안정화가 상당기간 필요하다는 점에서 금융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위축 방지를 위해서도 이를 적정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 논설.전문위원.경제학 박사 kghwcho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