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Artist] 자연이미지 화폭에 안착 .. 서양화가 도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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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도윤희.
이제 마흔을 갓 넘었지만 그에겐 '중견작가'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만큼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는 여성작가가 드물기 때문이다.
성신여대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도씨는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대에서 서양화를 공부했다.
90년대 중반부터 시카고아트페어 마이애미아트페어 샌프란시스코아트페어 쾰른아트페어 등 해외 유명 아트페어에 매년 단골로 참가해 한국화단의 진가를 높이는데 기여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구입한 컬렉션 소장품이 몇 점인지 모른다.
국내외에서 1백50점은 족히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그가 올해 예정된 해외 아트페어 참가를 모두 취소해버렸다.
지난 3월 시카고의 유명한 현대미술화랑인 페스벤더화랑에서의 개인전이후 내린 결정이다.
대신 10월께 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에서 개인전을 준비중이다.
"입시생처럼 아트페어 스케줄에 맞춰 작업을 하다보니 제 스스로 정체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주변에선 아트페어 참가를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닌데 재고해 보라고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스스로 작품에 변화를 일으켜야 할 때라고 판단해서다.
실제로 개인전을 위해 최근 제작한 그의 신작은 과거 작품과 다르다.
기존 작품이 미생물의 순간적인 이미지를 포착해 화면에 담았다면 신작은 그 이미지를 확장해 연속성을 부여했다.
일종의 이미지들의 흐름이 담겨 있다.
"뉴욕에 머물던 어느날 새벽 종소리에 잠이 깼어요.
창밖을 보니 종은 보이지 않고 종소리가 하늘에 퍼지는 게 눈에 들어오더군요.
'바로 이거다'라는 영감이 떠오르더군요"
'존재'란 제목이 붙은 그의 작품은 추상이나 구상 등 어떤 장르에도 속하지 않는 그림이다.
화면에는 현미경에 잡힌 미생물의 세포분열이나 나뭇잎 포도송이같은 것들이 덩어리로 부유하듯 떠있다.
검정이나 회갈색 청색 모노크롬의 바탕 화면은 골동품의 색감과 비슷하다.
이러한 화면이미지는 어려서부터 보고 자란 집안환경(그의 할아버지가 유명한 원로 서양화가였던 도천 도상봉이다) 탓일 게다.
그는 캔버스에 물감을 뿌린뒤 연필로 세밀하게 데생작업을 한다.
10여차례에 걸친 이같은 작업을 거쳐 작품을 완성한다.
물감과 연필스케치가 겹겹이 쌓인 화면은 깊이가 느껴진다.
작가의 테마는 아름다운 자연 이미지다.
하지만 그 이미지는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신작은 마치 하늘에 떠있는 뭉게구름처럼 이러한 이미지들이 연속된 개념이다.
"3년에 한번 개인전을 갖는다고 치면 저에게는 앞으로 개인전을 열 기회가 10번도 안됩니다"
그는 젊은 나이에 벌써 자신의 이름을 남길 수 있는 평생작업을 고민하고 있다.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시기에 국제 아트페어 참가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변신을 시도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는 '미래를 내다보는 작가'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