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이 특유의 줄타기 행보에 본격 나설 전망이다. 자민련 이완구 원내총무는 16일 당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자청,"민주당과 큰 틀의 공조는 유지하겠지만 한나라당과도 사안별로 선택적 협력관계를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 총무는 "그동안 의도적으로 침묵을 지켜왔지만 나라기강과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 독자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 총무는 한나라당과의 선택적 협력사안에 대해 "언론사 국정조사 및 금강산관광 문제,국가보안법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언론사 국정조사와 9월 정기국회 등을 앞두고 여야간 힘대결이 불가피한 민주당으로선 큰 부담이 되는 대목이다. 그는 또 원내교섭단체 완화를 위한 국회법 개정문제에 대해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더이상 구걸하듯 매달리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런 발언은 최근 실종위기에 처한 자민련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한편 대선협력의 가능성을 빌미로 한나라당으로 부터 '교섭단체 요건완화'란 양해를 얻어 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총무가 이날 아침 김종필 명예총재의 청구동 자택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감안할때 김 명예총재의 의중이 다분히 담겨있는 발언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김 명예총재도 얼마전 뉴욕에서 '한나라당과의 공조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총무의 이날 발언에 대해 민주당측은 "진의를 파악해봐야 한다"며 즉각적인 반응은 피했지만 곤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한나라당측은 내심 환영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재오 총무는 "자민련과 특별한 얘기는 없었다"며 사전교감을 부인했지만 그리 싫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김병일 기자·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