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인기작가 헤닝 만켈(53)의 범죄소설 '미소지은 남자'(좋은책만들기·권혁준 옮김)가 번역 출간됐다. 올들어 독일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를 누른 이 소설은 작가의 '발란더 시리즈'(전9권) 중 네번째 작품.지난 91년 시작된 이 시리즈는 인구가 9백만명인 스웨덴에서 3백만부 이상 팔렸고 30여개 언어로 번역,소개됐다. 범죄라는 거울을 통해 욕망의 추악한 얼굴과 사회적 문제점들을 들춰온 작가는 여기서도 인간 내면의 갈등구조와 자본주의 부패상을 면밀히 탐색한다. 소설은 발란더가 수사 중 한 사람을 죽인 충격으로 방황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그는 여행과 술로 죄책감을 잊으려했지만 실패하고 25년 간의 경찰생활에 종지부를 찍으려 한다. 이 때 그의 친구 변호사 부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면서 그는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 사건 전모는 독자들을 경악시킨다. 범죄의 배후에 도사린 하더베리는 합법적 거대 무역상이지만 장기매매를 하는 두 얼굴의 인물이다. 그는 세계 일등 복지국가 스웨덴에 깊숙이 뿌리 내린 거대한 악을 상징한다. 그것은 부패한 자본주의의 이면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가 일찍이 '아테네의 타이몬의 삶'에서 간파했듯 돈은 검은 것을 희게 만들고,늙음을 젊게,비겁한 자를 용감하게,도둑까지도 원로원의 자리에 오르게 해주는 능력을 지녔음을 직시하고 있다. 발란더는 이런 부당한 세상에 대한 서구인의 상실감을 대변하면서도 온 몸으로 '악의 골리앗'에 저항하는 다윗이다. 소설 말미에서 한 사람이 빌란더에게 묻는다. "정말 인간에게 악이란 한계가 없나요" 빌란더는 한참을 생각하다 답한다. "우리는 그런 것들에 저항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은 할 수 없습니다" 시대고를 완전히 극복할 수 없다는 한계성을 웅변해 주는 말이다. 만켈은 지난 99년 '발란더 시리즈'를 마치고 발란더의 딸 '린다'가 경찰관이 돼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속편을 쓰겠다고 밝혔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