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국고채 3년물 기준) 연 4%대 시대를 맞아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한 유동성 장세 도래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시중 부동자금이 2백50조원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갈 곳 없는 '돈의 힘'이 주가를 강하게 밀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풀고 있는 반면 유동성을 짓누르는 '불확실성' 때문에 하락 조정 가능성이 보다 크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주식밖에 없다=지난주 옵션 만기일 등의 영향으로 이달 들어 투신권은 13일 현재 1천3백20억원의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차익거래에 따른 프로그램 매매가 많은 투신권의 들쭉날쭉한 매매태도와 달리 보험사와 은행들의 주식 순매수는 눈에 띈다. 초저금리에 따른 역마진 위기에 몰린 보험사는 이달 들어 하루(10일)만 소규모 순매도했을 뿐 연일 주식비중을 늘려 이달 들어 7백7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은행도 이달 들어 1천1백87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한국투신운용 윤성일 투자전략부장은 "채권가격이 급격히 상승했고 부동산도 오를 만큼 올랐다고 보면 주식이 유일한 투자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며 "증시에 계기만 만들어지면 자금 유입의 물꼬가 트이고 주가가 강한 상승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수가 급락하지 않는 것도 '조금만 더 싸지면 언제든 주식을 사겠다'는 대기성 매수심리가 퍼져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윤 부장은 "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투자대상으로 삼고 있는 1백70개 기업의 실적은 작년보다 못하지 않다"며 "가격 메리트가 돋보이는 만큼 이달 중 살 수 있는 만큼 주식을 사 둘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저금리가 주가 상승을 담보하지 못한다=반면 돈의 힘만으로 증시를 떠받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이달 들어 투신권의 주식혼합형 펀드에 3천5백20억원이 유입됐지만 이는 CBO펀드나 하이일드펀드 수탁고 증가분이 주로 잡혔기 때문이다. 순수 주식형은 오히려 5백54억원 감소하는 등 시중 자금의 증시 유입 기미는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피데스증권 정동희 투자전략팀장은 "99년 이후 종합주가지수와 회사채 수익률은 정(正)의 상관관계를 보였다"며 "금리와 주가가 반비례한다는 원론은 탁상공론의 함정"이라고 지적했다. 삼성투신운용 김기환 주식운용담당 상무는 "주가는 금리 외에 경기회복 속도나 개별 기업 실적 등 다양한 요소에 영향받는다"며 "선행성 경기지표나 IT(정보기술)지표 등에서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보수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동성 장세는 소리없이 온다=한마디로 최근의 주식시장은 애타게 계기를 기다리면서 '타이밍'을 가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투신운용 김 상무는 "아직은 주가의 방향성을 결정할 IT주에 베팅할 시기는 아니라고 본다"며 "전통주 중 실적이 뒷받침되는 검증된 종목에 한정해 매매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동성 장세는 소리없이 오기 때문에 기회비용 리스크를 감수할 의사가 있는 투자자는 지금부터 저가 분할매수를 통해 유동성 장세에 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대한투신운용 이기웅 주식운용본부장은 "MMF로의 자금 유입 강도를 봤을 때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단기 부동자금이 넘쳐나고 있어 유동성 장세의 개연성이 높은 시점"이라며 "특히 수익성이 확보된 금융주나 낙폭이 큰 IT주에 관심을 둘 만하다"고 말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