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기업들이 ERP(전사적자원관리)패키지,CRM(고객관계관리)시스템,인터넷,인트라넷 등 정보화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효과를 내거나 실패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에도 약 70%의 ERP프로젝트가 실패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게 찾을 수 있다. 정보화와 정보기술 및 정보시스템의 정의와 이들간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해답을 찾아보자. 우리는 정보화라는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정보화란 무엇인가. 쉽게 말해 정보화란 물리적으로 처리하여야 할 일을 정보처리로 대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을 통해 서적을 구입하는 경우 서점까지의 물리적 이동이 필요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보시스템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정보시스템에 파묻혀 살면서도 정보시스템이 생활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현금입출금기에서 계좌이체를 하거나 학교에서 수강신청을 하는 것이 모두 정보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다. 즉 정보시스템을 통해 정보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러면 정보시스템의 개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정보시스템이란 조직의 운영 의사결정 통제 및 관리 등을 지원하기 위해서 데이터를 수집.저장.검색하고 목적에 맞게 처리한 뒤 필요한 사람에게 정보의 형태로 제공해주는 요소들의 집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정의에서 정보시스템의 3가지 측면을 엿볼 수 있다. 첫째는 정보시스템의 목적이다. 정보시스템은 조직의 운영 의사결정 통제 관리 등 조직 활동을 수행하거나 지원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가령 편의점의 POS(판매시점관리)시스템은 기업의 거래를 수행하는 것이 목적이다. 둘째는 정보시스템의 활동이다. 정보시스템은 데이터를 수집.저장한 다음 관련된 데이터를 검색하고 처리해 만들어진 정보를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여기서 데이터와 정보는 서로 다른 것이다. 정보란 처리된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즉 기업의 일련의 활동을 수행하거나 지원하는 데 의미를 가질 수 있는 형태로 가공된 데이터를 정보라고 일컫는다. 반면에 데이터는 기업활동이나 요소에 관련해 기록되어진 일련의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정보시스템의 구성 요소다. 정보시스템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컴퓨터를 떠올린다. 물론 컴퓨터가 정보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중의 하나임에는 틀림없지만 컴퓨터가 정보시스템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집을 지을 때 벽돌이 하나의 구성요소인 것처럼 컴퓨터는 정보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중의 하나인 것이다. 그러면 정보시스템은 어떠한 구성요소로 이뤄져 있을까. 정보시스템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정보기술뿐만 아니라 과업 인간 등의 요소로 이뤄져있다. 정보기술에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데이터베이스 컴퓨터네트워크 등이 있다. 두번째 요소인 과업이 어떻게 정보시스템의 구성요소인가 의아해 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과업이 정보시스템의 일부인 것은 당연하다. 정보시스템은 조직의 일련의 활동을 수행하거나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러한 활동 또는 과업이 정보시스템에 내재돼 있는 것이다. 세번째 요소는 인간이다. 인간은 정보시스템의 사용자이면서 동시에 정보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정보시스템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데이터를 입력하거나 정보처리의 일부를 수행하거나 시스템을 조작하는 역할이 이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왜 정보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많은 경우에 실패로 돌아가는지에 대한 답을 정리해 보도록 하자. 첫째 정보시스템을 전략적이고 경영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적 측면에서 접근한다는 것이다. 정보시스템은 기업의 전략 및 경영과 융화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한 기능으로 기업의 전략 및 경영과는 관계없이 움직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둘째 정보시스템 데이터가 원재료라는 사실을 간과한다는 점이다. 많은 기업들이 CRM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공통적으로 겪는 애로점이 고객에 대한 데이터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있다 하더라도 데이터의 오류가 너무 많아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CRM시스템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많은 경영자들이 정보기술(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을 도입하면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정보시스템엔 정보기술뿐 아니라 과업 인간 등의 조직적 요소가 있다. 이들이 변하지 않으면 정보기술은 무용지물이 된다. 노상규 <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